대선 데자뷔? 다시 소환된 ‘이재명‧김건희 리스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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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백현동 특혜 의혹’ ‘김혜경씨 법카 유용 의혹‘에 긴장
김 여사, 법정 녹취록 공개되며 ‘주가조작 개입 의혹’ 재점화

여의도와 용산이 소란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갖은 의혹이 연일 정치‧사회 뉴스란을 도배하면서다. ‘개발 특혜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 두 사람을 향한 논란 중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여야는 대선 때보다 더 치열하고, 거칠게 해당 논란을 재점화시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 대표와 영부인이 동시에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대통령실과 여야의 협치 가능성도 그만큼 멀어진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건희 여사 ⓒ시사저널·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건희 여사 ⓒ시사저널·연합뉴스

檢 소환 통보에 ‘전쟁’ 준비 들어간 野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

지난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보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의원실에 검찰의 이 대표 소환조사 통보가 왔다는 내용으로, 발신인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 비서관)이었다.

김 보좌관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적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소환을 통보하자, 이를 ‘전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현재 이 대표 관련 수사 대상은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쌍방울 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 캠프 사용 의혹 등이다. 이 중 법카 유용 의혹의 경우 수사 결과가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와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5급 직원 배모씨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의 공범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사정당국이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보복성 수사’를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면서 “사정기관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사실 확인이 되었음에도 ‘묻지 마 소환’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법카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김 여사의 수행책임자도 모르게 김 여사의 동석자 식비를 배씨와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 등이 결제한 사실이 그들의 대화 녹음에 또렷하다”며 “그런데도 (김씨가) 공동정범이라니, 결론은 이미 정해졌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거를 철저히 무시한 수사는 김 여사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모욕을 주고 괴롭히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며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줄줄이 무혐의 결론을 내는 것과 대비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생을 뒤로 하고 ‘이재명 방탄’에 나섰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선 기간 이 대표에게 제기됐던 의혹을 보라”며 “민주당은 이 대표의 범죄의혹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 대표로 만들었다. 당 대표 자리를 범죄의혹 방탄조끼로 사용했으니, 와해의 길을 택한 것은 민주당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반격 카드는 ‘김건희 리스크’?

국민의힘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점화시키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카드를 빼들었다. 특히 김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주가조작 사건’을 겨냥해 맹공을 펴는 모습이다.

2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재판에선 2010년 1월12일 김 여사와 신한투자증권 담당 직원 사이의 통화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증권사 직원은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의사를 물었고, 김 여사는 “네 그러시죠”라며 동의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범에게 계좌 위탁관리를 맡겼는데, 그가 임의로 거래했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해명과는 어긋나는 대화였다.

이에 박성준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직접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매수했고, 주가조작범의 거래를 직접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기소와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 내용과 검찰 공소장을 비교해보면, 검찰이 범죄로 보고 있는 시세 조종성 주문 가운데 51건은 김 여사가 직접 주문을 낸 것”이라며 “증거가 나왔는데도 검찰이 또다시 무혐의 처분으로 넘길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도 해당 기사를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며 “언제까지 진실을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직접 거래 안 했다, 그 사람(주가조작범)과 절연했다’던 윤 대통령의 말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은 뭐하고 있는 건가. 해당 거래를 김 여사가 지시했다는 녹취록이 나왔음에도 왜 9개월 동안 기소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더 이상 눈치보지 말고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외에도 김 여사 관련 업체 관저 공사 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이 같은 공세에 직접적인 반박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신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2일 오후 배포한 ‘녹취록 왜곡 보도 관련 대통령실 입장’이란 서면자료를 통해 “(김 여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2010년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이아무개씨에게 ‘일임 매매’를 맡긴 사실을 밝혀왔고, 이는 ‘명백한 진실’”이라며 “위 녹취록은 이씨에게 일임 매매를 맡긴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임에도 일부 매체는 ‘주식 매매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왜곡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씨가 일임을 받아 매매 결정을 하고 증권사 직원에게 주문하더라도 증권사 직원은 계좌 명의인과 직접 통화해 그 내용을 확인하고 녹취를 남기는 게 의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법정에서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증권사 직원의 전화에 김 여사는 ‘아, 전화왔어요?’, ‘사라고 하던가요? 그럼 좀 사세요’라고 대답한다”며 “이는 제3자(이씨)가 증권사 직원에게 매매 주문을 먼저 하고, 증권사 직원이 김 여사에게 그 내용을 확인하면서 녹취를 남겼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는 주식 매매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며 “종전의 설명이 진실임을 뒷받침하는데도 마치 거짓 해명을 한 것처럼 왜곡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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