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부실 대응’ 오명 썼던 尹대통령, ‘힌남노’엔 다를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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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태풍’에 ‘역대급 대비 태세’ 강조하는 정부
“추석 민심, 힌남노에 달렸다”…달라진 尹대통령

“최고 단계 태풍 대응 태세를 갖춰라.” 
“선(先) 조치 후(後) 보고하라.”
“퇴근 않고 대통령실에서 대기하겠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상륙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흘 연속으로 내놓은 말이다. 힌남노의 위세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 태세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힌남노가 ‘추석 민심’의 향배를 결정지을 변수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수도권을 할퀴고 간 폭우 피해 당시 ‘부실 대응’이란 꼬리표를 달았던 윤 대통령은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9월4일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왼)과 지난 8월9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앞서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던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9월4일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왼)과 지난 8월9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앞서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던 모습 ⓒ 연합뉴스

직접 회의 주재하고 ‘취약계층’ 강조…달라진 尹대통령

5일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3단계로 격상하고 비상 대응 태세를 갖춘 상태다. 전 부처 장관들과 기관장들에게는 사실상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후 제주도 해상을 지난 뒤, 6일 오전 경남(부산‧통영)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힌남노의 예상 경로에 한반도가 포함된 직후부터 이날까지 연일 ‘비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태풍 대응의 초점은 ‘취약계층’에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폭우 피해를 미처 복구하지 못한 취약계층과 취약지대의 재난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직접 주문했다. 지난달 초 수도권을 휩쓸고 간 폭우로 반지하 거주 일가족이 사망한 사고를 염두에 둔 것이다.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컨트롤타워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직접 힌남노 대비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 폭우 당시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회의를 대신 주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도권 물폭탄이 예상되는 데에도 퇴근을 하고 자택에서 지시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재난 대응’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사유에 포함될 만큼 여론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정부여당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지난 폭우 피해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도 ‘부실 대응’ 꼬리표가 달리면 여권으로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보수 심장 할퀴는 힌남노…추석 민심에도 ‘역대급’ 영향

정치권의 초점은 ‘추석 민심’으로 쏠린다. 힌남노의 북상 시기가 추석 연휴 직전인 데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서다. 피해 규모에 따라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복구에 전념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힌남노는 보수 진영의 텃밭인 경남지역에 상륙한다. 만약 정부 대응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를 경우, 민심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대형 재난은 정부여당에 악재로 통한다. 지도부 공백 사태로 내홍을 거듭하고 있는 여권으로선 재차 대형 악재를 마주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에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마무리 짓고 민생에 전념을 다한다는 계획이지만, 힌남노의 여파로 이 같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지지율도 출렁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수층을 기반으로 30% 초반대를 방어하고 있지만, 균열의 흐름이 감지됐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8월29~9월2일, 2516명 대상)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낙폭의 상당수가 대구‧경북(3.3%포인트↓)와 70대 이상(5.3%포인트↓) 등 보수층에서 기록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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