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등판에…尹정부 새 실세는 ‘친박’?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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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권성동 후퇴…김무성은 민주평통 부의장 내정 철회
TK 지지받는 친박 구심점 삼아 ‘보수 결집’ 시도 관측도

“권력에 공석(空席)이란 있을 수 없다.”

비윤석열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2선 후퇴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어느 정권, 어느 시기든지 대통령의 측근들은 있기 마련”이라며 “기존 ‘윤핵관’이 물러난다고 ‘핵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로 군림했던 ‘윤핵관’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데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친MB(이명박)계’ 인사들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 ‘친박근혜계’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려 한다는 후문이다. 지지율 부침에 빠진 대통령실이 보수 ‘집토끼’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 민심’ 되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지난 3월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면 실패한 MB, 후방 후퇴한 친이계

‘원조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당분간 당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격화되자,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한 탓이다. 이에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혼란상에 무한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도 새 비대위를 출범시킨 뒤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물러난 ‘윤핵관’들은 모두 ‘MB라인’으로 분류된다.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은재 전 의원,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정치인 배제’를 권고한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사면이 불발되자, 비공개석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예로 들며 형평성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논란 끝에 MB라인이 중앙 정치에서 물러나면서, 이들 추천으로 들어온 대통령실 인사들의 운명도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진행된 대통령실 고강도 감찰에서 장 의원실 관계자들도 비서관 옷을 벗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감찰 배경에 이른바 ‘윤심’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당의 혼란 속, ‘윤핵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윤 대통령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취임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일각에선 김 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친분 탓에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대신 김관용 전 경북지사, 박주선·정갑윤 전 의원,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건(대통령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 등)을 만들어서 화를 부른 측면이 있고, 장제원 의원은 애초 아무런 직(職)이 없으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모든 화가 사람 탓에 일어났으니, 대통령도 주변 사람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인사 방향 우향우?…이재명 의식했나

MB라인이 물러나며 또 다른 계파가 주목받고 있다. 보수 정당의 또 다른 축인 ‘친박계’다. 실제 대통령실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등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용산 대통령실은 정무2비서관에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MIS)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장 비서관은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료 출신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전략기획팀장과 청와대 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국회를 오가며 여야정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1비서관에는 전희경 전 의원이 거론된다. 전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인재 영입 1호로서 비례 9번을 받아 당선됐다. 당선 이후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진했다. 전 전 의원은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기도 했다. 워낙 거친 발언을 많이 쏟아내 대통령실 막판 검증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정무1, 2비서관 물망에 모두 친박계 인사가 올랐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달라진 인사 기류가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TK 민심’을 의식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탄핵 찬성파’인 김무성 상임고문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직 취임이 난관에 부딪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특히 팬덤을 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권을 잡자, 대통령실이 본격적인 ‘보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한 핵심관계자는 “김무성 전 의원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내정 사실이 보도된 후 대통령실에 TK지역 인사들의 직‧간접적인 항의가 빗발쳤다”며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 전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배신자 꼬리표를 달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상황에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수 텃밭’인 TK민심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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