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윤상현이 ‘新윤핵관’으로 부상한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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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2선 후퇴에…윤상현 ‘몸값’ 친이준석계가 키워
윤상현 “당과 국정 전반을 안정시키는 일 가장 시급”

“우리는 윤상현 의원을 띄우는 게 베스트(최고)다.”

지난 8월1일 국회에서 만난 비윤석열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 적임자’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친윤계가 미는 의원으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며 “만약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이준석 전 대표와 대화가 통하는 의원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이 ‘예언’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新)윤핵관’으로 4선의 윤상현 의원을 지목하면서다. 친박근혜계인 윤 의원의 ‘몸값’을 이 전 대표가 직접 키우는 배경을 두고 정치권 내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8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8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 비대위원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초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했던 주호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 비대위원장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에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원장 인선을 위해 중진 의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원외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의 중진 대부분이 이준석 전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당내에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주선 전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새 비대위원장 인선이 완료되더라도,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권 막후에서는 비대위와 별개로 용산 대통령실과 이 전 대표, 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신윤핵관’을 찾는 데 골몰하는 분위기다. 실제 당 일각에선 비대위가 당의 ‘집안’을 책임지는 사이,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푸는 ‘채널’은 별도로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의 모든 문제를 사법부에 일임하는 건 양측(이 전 대표와 비대위)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결국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떠들어서는 갈등만 커진다. 일단 얼굴을 보고 말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표와 친윤계, 대통령실 모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적임자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직접 후보군을 낙점한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5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핵관을 대체하기 위해 초·재선을 신윤핵관으로 보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쪽은 그냥 병력이고 중간급 지휘관으로 3, 4선급 신윤핵관이 등장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친박에 대해 가지고 어느 정도 약간 더 문호를 넓힐 생각이 있다면 원내에서 친박 중에서 전략가적인 행동력과 전략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윤상현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정치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4선 다선으로 ‘협치 주의자’로 불린다. 그러나 ‘친박계’로 분류되는 중진으로 친이준석계와는 거리가 있었다. 또 ‘MB라인’이 장악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별다른 요직을 맡지 않았다. 그러나 친이준석계의 반응은 담담하다. 이미 비대위 체제가 발표될 때부터 사태를 해결할 중재인으로 ‘윤상현 카드’가 거론돼 왔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보좌관은 “지난 8월1일 의원총회가 끝나고 몇몇 비윤계 의원들이 모여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추려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거론된 인물이 윤상현 의원”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인천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이미 ‘윤핵관’으로 불렸다. 실제 윤 대통령과도 사이가 좋은 의원”이라며 “동시에 기존 ‘윤핵관’과는 거리가 있기에, 이준석 전 대표 입장에서는 괜찮은 카운터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 의원은 ‘윤핵관 퇴진론’에 불을 지핌과 동시에,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화해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8월27일 열린 긴급 의총에서 “측근과 실세는 억울해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분간 (윤핵관이) 2선 후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이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친이준석계인 유승민 전 의원과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14일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과 통합 없이는 떠났던 중도층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유승민 의원이 보수 통합과 혁신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을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의원은 ‘신윤핵관’ 또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신 외부인사를 통해 당의 내홍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당정의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가능하면 당 내부인사보다는 외부인사를 통해 당 안팎의 문제를 큰 틀에서 거중조정해, 당과 국정 전반을 안정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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