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수장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시작도 전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정 부의장이 부의장 직을 유지하면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 데다, 여권 내부에서도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반발 기류가 읽히면서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정진석호(號) 출범 즉시 추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해, 여당 내홍은 또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8일 오전 10시 전국위원회를 열어 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는 표결 절차에 나섰다. 내부 반발 기류가 일부 감지되지만, 전날 의원총회에서 정 부의장을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한 만큼 별다른 이변 없이 이날 중으로 ‘정진석호’가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정 부의장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초 비대위원장직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은 주호영 의원과 박주선 전 부의장이었다. 다만 당사자들이 모두 고사하면서 막판에 정 부의장 카드가 떠올랐다. 정 부의장 역시 초반에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권성동 당 대표 대행의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당내에선 ‘정진석 비대위원장’ 시나리오를 숙고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론한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반나절 만에 갑작스럽게 정 부의장이 내정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올바른 건지, 또 그냥 박수치고 끝난 인선 과정에서 정당의 반민주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의원들의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계속 빼앗는 느낌을 받는다”며 “네티즌들은 ‘박수의 당’이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이 부의장직과 비대위원장직을 겸직하는 문제도 거론된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최고위원을 하면서 과방위원장을 겸하는 게 국민 상식에 맞지 않다며 사퇴를 주장했다”며 “이 잣대를 우리 당으로 돌리면 더 중립을 요하는 국회부의장이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을 맞는 게 과연 국민 상식에 맞나”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변수다. 과거 정 부의장이 이준석 전 대표와 SNS상에서 공개 설전을 벌인 전력이 있는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내홍 수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정진석 부의장이 이준석과 화해하는 정치를 하면 되게 싫어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장애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준석과 관계를 개선하는 조치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정 부의장 추인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SNS를 통해 저격 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거나 ‘나는 돈에 관심없다고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그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다’라고 적힌 이미지를 올렸다.
이에 더해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추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의 두 번째 비대위인 ‘정진석호’의 명운도 다시 법원의 손에 맡겨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