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팬클럽은 ‘백일몽’?…사라진 김건희 여사 신드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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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사랑’ 회원 수, 5월 9만 명대→9월 8만 명대로 감소
‘논문 표절’ 여파 관측 속 “총선에도 영향 미칠 것” 전망도

주가 조작사건 연루 의혹부터 논문 표절 논란, 고가 보석 대여 논란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김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오히려 논란은 확산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를 겨냥한 ‘김건희 특검법’을 꺼내 들면서다.

김 여사의 ‘수호대’를 자처했던 팬클럽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한때 1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던 김 여사의 최대 팬클럽 ‘건사랑’에서 최근 수천 명의 이탈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른바 ‘김 여사 신드롬’이 ‘김 여사 리스크’로 변질될 경우, 차기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월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월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8만 명대로 주저앉은 ‘건사랑’ 회원 수

윤석열 정부의 취임 초기 김 여사의 인기는 뜨거웠다. 성공한 행사 기획자라는 이력, 여기에 화려한 패션 감각을 겸비한 대통령 배우자는 언론의 집중 조명 대상이 됐다.

‘팬덤’까지 생겨났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5월10일) 후 5일이 지난 시점에서 8만4000명 대였던 ‘건사랑’의 회원 수는 불과 이틀만인 5월17일 9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 신규 가입자가 발생한 셈이다. 당시 추세라면 회원 수 10만 명 돌파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팬클럽 가입자 수는 정체됐다. 지난 8월까지 9만 명대를 횡보하던 ‘건사랑’의 회원 수는 최근 들어 8만 명대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13시 기준, ‘건사랑’의 회원 수는 8만9295명이다. 한 때 ‘건사랑’의 회원 수가 9만4000명 대까지 증가했던 것을 고려하면 약 5000명 가까운 이탈자가 발생한 셈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김 여사의 인기가 사그라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정권 교체 성공 후 ‘반문재인파’의 축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 ▲논문 표절 관련 학계의 반발 등이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싫어서, 그 반작용으로 김 여사에 대한 인기가 커진 측면이 있다”며 “대선이 끝난 상황에서 이들(반문) 중 일부는 팬클럽 활동을 할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당시에도 (김 여사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 중 치명적인 것은 최근 일어난 ‘논문 표절’이었다고 본다”며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학계에서는 ‘참혹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실망스러운 의혹”이라고 지적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침묵 속…“김 여사 尹정부 발목 잡을 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대응이 김 여사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기폭제가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리크스’ 관련해 침묵하자, 명쾌한 사과 혹은 해명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17일 이뤄진 윤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김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별도 언급은 없었다. 당시 일부 매체 기자들이 김 여사와 관련된 질문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인선 대변인에게 질문권을 받지 못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덮고, 축소하려고만 하는 게 문제”라며 “사안에 따라서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해명이 해명을 낳고, 해명 중 일부가 틀린 것으로 밝혀지면 김 여사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논란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사실’이지 축소나 침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가 계속될 경우, 차기 총선에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검‧경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이 ‘김 여사 리스크’를 더 부각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병 교수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윤석열 정부 임기 전반에 걸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특검이 무산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김 여사 리스크’가 부상될 수 있다. 민주당이 김 여사 의혹을 꼬리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여사는 각종 논란에도 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5박7일 간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순방길에 오르는 가운데 김 여사도 이번 순방 전체 일정에 동행할 예정이다.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며 유엔총회에도 동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례식 참석 외 (김 여사 개인이 참여하는) 별도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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