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하기 좋은 가을날, 갑자기 고열이 난다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7 12: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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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쯔가무시병·렙토스피라증·신증후군출혈열이 발열 원인일 수 있어

37세 여성이 갑자기 고열과 함께 오한과 두통이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의심되어 간이항원검사를 두 차례 실시했으나 모두 음성 소견을 보였다. 고열은 해열제를 복용해도 나아지지 않고 일주일 넘게 지속됐으며, 샤워하다가 왼쪽 겨드랑이에서 검은색 딱지 주위로 약간 융기된 붉은색 홍반을 발견했다. 병원을 방문해 받은 진단은 쯔쯔가무시병이었고,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고 이틀 후부터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세가 확실하게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잠잠했던 독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 올가을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매년 가을 고열이 주요 증상인 질환들이 발생하므로 고열이 날 때 이들 질환도 의심해 봐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리케차’과에 속하는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이 풀숲이나 관목 숲에 서식하다가 사람을 물어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0~12월에 발생하며 1~3주의 잠복기를 거쳐 심한 두통, 발열, 오한이 갑자기 나타난다. 발병 5일 이후 몸에 발진이 생기고, 진드기 유충에 물린 부위에 부스럼딱지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부스럼딱지는 검은색 딱지 주위로 약간 융기된 붉은색 홍반 형태를 보이며 가슴, 겨드랑이, 복부, 종아리에서 흔히 발견된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풀밭에 함부로 앉거나 눕지 말아야

쯔쯔가무시병은 야외활동 이력과 함께 딱지와 발진 등 특징적인 소견을 확인해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임상증상만으로 진단하기 어려우면 채혈해 혈청학적 검사로 항체를 검출하거나 유전자 검출법이나 배양법으로 확진한다. 쯔쯔가무시병은 독시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며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적절히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일부는 패혈증, 호흡부전, 신부전, 의식 저하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므로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아야 한다. 유행기에는 될 수 있으면 관목 숲에 가는 것을 피하며, 불가피할 경우 진드기 기피제를 바르고 긴소매 옷과 바지를 착용하며, 야외활동 후 바로 옷을 세탁하고 샤워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 이외에도 렙토스피라증과 신증후군출혈열도 가을철 열이 날 때 의심해 봐야 할 질환이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신성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수기에 집중호우나 홍수가 발생했을 때 농작물 피해 방지나 재해 복구작업 등에 종사한 농부, 군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들쥐나 집쥐의 배설물이 건조되면서 한타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된다. 구토, 복통, 요통, 발열, 단백뇨와 그에 따른 신부전증, 출혈성 경향을 동반한다.

이 세 가지 질환 모두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올가을에 열이 날 때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코로나19와 독감뿐만 아니라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이 발열의 원인이 아닌지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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