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1년 지났지만 환급된 금액 ‘0원’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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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업자 전원, 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 결정 수용 거부…피해 금액 환급 불투명
소비자원, 9월까지 소비자 소송 신청 받아 민사 소송 진행 계획

일명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피해 금액을 돌려받은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9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해 배상 대상이 된 피해자 5467명이 피해 금액을 단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급 조정 결정을 통보받은 집단분쟁조정 당사자 모두가 조정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민사 소송 등을 통해 피해 금액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소송에 들어가기까지 심의위원회를 거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 회복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2021년 8월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본사에서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8월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본사에서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머지플러스는 ‘무제한 20% 할인’을 표방하며 선불충전금인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 회원 수를 100만명까지 끌어모아 매달 300억~400억원 규모의 거래를 했고, 누적 발행액은 1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머지플러스가 돌연 머지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한다고 기습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용자들이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사업 구조 자체가 별다른 수익모델 없는 ‘돌려막기’ 방식인 탓에 머지플러스의 상환 능력은 없었고, 상당수의 소비자가 구매대금을 환불받지 못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갑자기 발생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 ‘먹튀’ 논란 휩싸인 머지포인트 사태, 왜 터졌나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의 신청을 받아 지난 3월 이 사건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했다. 집단분쟁조정은 다수의 소비자가 유사한 피해를 겪었을 경우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분쟁 조정위원회에 일괄적인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7월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머지플러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 규모를 약 22억원으로 산정했다. 신청인들이 결제하고 사용하지 못한 금액에 약관대로라면 받을 수 있었던 할인 혜택을 더해 산정한 금액이다. 배상 대상은 신청을 취하하거나 자료를 미제출한 일부 소비자를 제외한 5467명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 머지서포터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결정했다. 또 통신판매업자, 위메프·티몬·11번가·롯데쇼핑·인터파크·지마켓 글로벌 등 통신판매중개업자,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등 오프라인 판매업자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큰 폭의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 검토나 대책 수립이 부족했던 점 등을 고려해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분쟁조정 결정 '불성립'으로 마무리

그러나 분쟁조정은 사업자들의 조정 결정 수용 거부로 불성립됐다. 9월12일 조정위원회에 따르면 16개 사업자와 권 대표이사, 권 최고전략책임자 등이 모두 위원회가 내린 분쟁조정 결정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해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조정절차가 개시된 후에도 머지플러스와 머지서포터는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이외 사업자들은 “이미 머지플러스와 판매 대금을 정산했고, 정산 이후의 운영·관리 주체는 머지플러스이므로 환급 또는 손해배상 책임이 머지플러스에 있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업자 전원이 모두 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거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당사자들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지만, 불성립으로 종결되면 피해자들은 별도의 민사 소송이나 소액사건 심판 제도 등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조정 결정을 당사자들이 수락할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보상계획서 제출을 권고해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도 조정 결정과 동일한 효력이 적용되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조정 자체가 불성립되면서 피해 보상은 불투명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9월 한 달간 소비자 소송신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민사 소송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소송지원은 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플러스 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단소송에도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희 대표와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는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 7월 VIP 구독 서비스와 관련된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구속 기간이 연장됐다.

박성준 의원은 “피해자들이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1년 넘게 피해 금액을 환급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단 1원의 금액조차 환급받지 못한 채 기나긴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고통 속에 벗어날 수 있도록 한국소비자원의 빠른 대처 방안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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