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후폭풍’…자산시장 리스크 몰려온다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8 10: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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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중반 이후에야 물가 안정화 전망
이후에도 자산시장 반등보다 침체 지속에 무게

자산시장의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이전 최고가 기준으로 30% 이상 하락한 곳이 다수 등장했다. 그나마 거래가 된다면 다행이다. 한때 아파트 규제를 피해 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도 최근 대폭적인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많은 투자자 신규 유입을 이끌었던 주식시장의 경우 몇 차례 반등이 있었지만 이후 더 큰 폭의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를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종합주가지수의 하락 폭은 연초 대비 41%에 이른다. 안정적으로 여겨지던 채권시장 역시 역대급 손실을 기록 중이다.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상승과 함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만 20조원 넘는 채권을 발행하면서 한전채의 발행금리는 현재 5%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단행된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유례없는 ‘강 달러’ 현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국가의 경제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환율 효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제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 3월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와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산시장의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출국장의 환전코너 전광판ⓒ연합뉴스

부동산·주식·채권 동반 폭락, 왜?

하지만 2020년에는 금융정책뿐 아니라 소비자의 주머니에 직접 재정을 동원해 현금을 지급하는 재정정책이 병행됨에 따라 실질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게 됐다. 이는 폭발적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소비 급증과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혼란은 대폭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은 10년 넘게 간절히 기다리던 인플레이션이 사라질까 두려워 금리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을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주요국들은 뒤늦게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금융시장은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실물경기 역시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감소하고 고용이 축소되며 기업의 이익이 낮아져야 한다. 의도된 침체를 통해 과열된 경기가 가라앉았음이 확인돼야 금리는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내 소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증가하던 미국의 저축이 거의 멈춘 최근 들어서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지원금으로 인해 발생했던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은 늦어도 2023년 상반기에는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의 감소는 통상적으로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만, 현재 미국인들은 신용카드와 카드론을 통해 기존 소비 규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소비 감소가 나타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소비는 저축과 대출 외에도 자산 효과에 크게 의존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2022년 3분기까지 크게 하락했다. S&P500 지수의 경우 연초 대비 24%나 폭락했다. 1930년대 대공황, 1974년 오일쇼크, 2001년의 IT 버블 붕괴 이후 역대 네 번째로 큰 손실로 기록되고 있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기준금리 급등으로 큰 폭의 손실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18세기 이후 역대 여섯 번째로 큰 손실 규모다. 자산을 주식 60%와 채권 40%로 배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투자자가 있다면 연초 평가액 대비 21%의 손실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두 번째로 큰 손실이다.

2022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고려해 보면 자산 가격의 하락은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소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소비가 감소하면 결국 경기 침체와 고용 축소가 발생하게 된다. 이 시점이 돼야 미국의 금리는 상승을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는 대략적으로 2023년 중반쯤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가가 일정 수준에서 안정되고 경기 후퇴가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금리 인상과 통화긴축을 통해 2023년 중반 물가가 안정세를 나타낼 경우 자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산시장은 회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19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인플레이션 시기, 미국 기업의 이윤은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는 시기에 대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의 하락은 경기 후퇴와 침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확실해질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기 후퇴에 대응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수급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각종 금속 및 원자재 등의 재고 역시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곡물 역시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만약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자세를 취할 경우 다시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폭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9월21일 기준금리 0.75%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EPA 연합

직접 투자 대신 ETF로 자금 몰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식 및 채권 등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소라면 대규모 자산시장의 하락에 따라 자산의 매도가 발생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경험이 예상치 못한 대응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의 급락 또는 붕괴 시 중앙은행이 나서서 금리를 인하하고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의 물가상승률이 10%를 훌쩍 뛰어넘고 미국 역시 9%대 상승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및 유동성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최근 미국의 경우 직접 투자 또는 액티브 펀드에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주요 3대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한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집중되면서 시장 흐름의 반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자산의 쏠림현상은 결국 자산 가격의 급등락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지만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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