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됐다. 전당대회 일정도 가시화하지 않았는데, 당권 주자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이미 몸 풀기를 시작했다. 당내에선 ‘유력한’ 당권 주자 찾기에 혈안이 된 분위기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은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당내 인사들,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이다. 이들은 서로 거침없는 신경전을 주고받으며 몸값을 키우는 중이다. 동시에 시선은 당 밖으로도 쏠린다. 여권 일각에선 ‘외부인사 차출설’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예열 없이 막 오른 당권 경쟁…스포트라이트는 ‘비윤’에
12일 국민의힘 분위기를 종합하면 조기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차기 당권주자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 간 신경전도 격화하고 있다. 김기현·나경원·안철수·유승민·조경태(가나다 순) 등 전·현직 의원들은 저마다 SNS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한 ‘설전’에 가세한 상태다. 이들은 모두 일찍이 직·간접적으로 당권 도전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차기 당권주자 간 대결 구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비판의 타깃이 물리고 물려있다는 평가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친윤계 대표로 분류되지만, 대중적 존재감은 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안철수 의원을 집중 공격 대상으로 삼은 분위기다. 대권주자로서 인지도를 갖춘 안 의원을 겨냥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로 안 의원은 비윤계 의원들을 소환했다. 비윤계로서 분류되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출마를 유도했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의원으로선 친윤계 후보와의 양자대결보다는 비윤계 후보를 포함한 다자대결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다자대결로 당권 구도가 굳어진다면 안 의원의 높은 대중적 인지도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비윤계 후보들은 노선을 가리지 않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정면 조준하며 연일 선명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 위원장의 SNS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의 징계까지 촉구하는 식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로 구심점을 잃은 친이준석계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尹心’ 영향력은…들썩이는 친윤계
여론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비윤계에 쏠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비윤계 후보인 유 전 의원이 차기 당권 주자 선두권에 포진하면서다. 이 때문에 친윤계 일각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몸 풀기에 나서지 않은 인물들도 소환하려는 태세다. 대표적으로 권성동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정 위원장 재신임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인사 차출설도 떠올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과열되는 당권 경쟁을 수습하려면 당 안팎에서 두루 존재감을 보이는 인물을 추대하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에서다. 전당대회 시점이 내년 1~2월께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만큼, 두 장관이 내각에서 나온 뒤 당 대표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당 대표 후보군을 결정할 주요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현재의 30%선을 유지할 경우 친윤계 인사들이, 그렇지 못할 경우 비윤계가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의 공천이 걸린 자리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심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