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결정 철회…우려는 여전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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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도래 외화채권 보유한 보험사들 자금난 우려
흥국생명은 지난 7일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연기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조기상환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흥국생명은 지난 7일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연기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조기상환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 결정을 철회했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금융권의 우려는 여전하다.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채권을 보유 중인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날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영구채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앞서 조기상환 미이행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영구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영구채·후순위채)의 조기상환 미이행 결정은 2009년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 이후 처음이었다.

당초 흥국생명은 지난 9월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 규모 영구채 차환을 위한 외화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결국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금리인상 등 시장 여건 악화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흥국생명은 6개월 혹은 1년 뒤에 반드시 조기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그 직후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한국물·Korean Paper)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락했더.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평균도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75bp까지 치솟았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관행적으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인 5년을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한다. 따라서 발행사가 영구채를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재무상태가 어렵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외화 조달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줄줄이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국내 회사채 시장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정부는 즉각 시장 안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관련 일정, 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흥국생명의 재무상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사태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흥국생명은 결국 지난 7일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며 기존 결정을 철회했다. 조기상환 연기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결정으로 태광그룹이 자본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장 불안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국내 기업의 외자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채권을 보유한 한화생명·KDB생명·신한라이프 등 일부 보험사들이 자금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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