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검’ 쌍끌이 압박 나선 野, 일반특검이냐 상설특검이냐 고심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1 12:05
  • 호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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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정치학’…여야의 속내와 셈법이 다른 이유
‘일반특검’ 주장 우세 속 “역으로 상설특검 치고 나오는게 더 효과적” 의견도
이재명 “추모의 시간은 지나가고 책임의 시간이 돌아왔다”

“야당이 지금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주장할 명분은 분명하다. 156명이라는 국민이 희생됐다. 이것보다 중요한 명분이 어디 있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라면 국민은 특검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요구할 것이다.”(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월7일과 8일 연달아 “이제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책임의 시간’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본격적으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야3당 의원들이 11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이태원 참사’ 정부 대응에 “매우 잘못” 여론 커져

민주당이 특검 카드를 꺼내든 명분은 최진 원장의 말처럼 확실하다.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지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의 대응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매일경제와 MBN의 11월5~6일 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30.3%)는 답변보다 ‘잘못한다’(52.9%)는 평가가 많았다. 쿠키뉴스의 5~7일 조사에서도 ‘잘못한다’(62.5%)는 평가가 ‘잘하고 있다’(34.7%)에 비해 훨씬 많았다. SBS의 7~8일 조사에선 정부 대응이 ‘적절했다’ 27.8%, ‘적절하지 않았다’ 69.1%로 나타났다. 점점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 입장에서 여론조사의 세부 지표는 더 좋지 않다. 매우 강고한 부정적 여론집단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와 MBN 조사의 세부 응답을 보면 정부 대응에 대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35.2%로 다른 응답들의 두 배가량 되는 응답률을 기록했다. 쿠키뉴스 조사에서는 ‘아주 잘못함’이 49.5%로 ‘다소 잘못함’ 13.0%, ‘다소 잘함’ 16.8%, ‘아주 잘함’ 17.9% 등을 압도했다. SBS 조사에서도 ‘전혀 적절하지 않다’가 42.6%로 ‘매우 적절’(7.8%), ‘적절한 편’(20.0%) 등을 훌쩍 앞섰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런 여론의 흐름은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자는 국민의힘 지적보다는,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경찰 특수본 수사가 책임의 당사자이니만큼 ‘셀프 수사’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민주당은 국정조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국정조사는 강제조사 권한 등이 없기 때문에 결국 특검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처리해 경찰에 힘을 잔뜩 실어준 민주당이 이제 와서 경찰의 부실 수사를 우려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의 특검 추진은 자연스럽다. 국정조사와 달리 강제 수사권을 갖고 있는 특검으로 여론이 바라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민주당이 앞장서겠다는 서사와 논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 추진과 관련해 ‘어떤’ 특검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검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일반특검’과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도입할 수 있는 ‘상설특검’이 있다. 한마디로 국회가 구성을 주도하는 ‘일반특검’과 정부가 주도하는 ‘상설특검’이 있는데, 민주당은 어느 특검을 추진할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설특검’이 뜬다…“한동훈이 尹 정부 수사하게 해야”

취재를 해보면, 민주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반대 의사를 피력한 상설특검보다는 일반특검을 추진하자는 데 무게의 추가 기울어져 있다. 169석이라는 의석수를 앞세워 민주당이 특검을 주도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의원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략적으로 오히려 ‘상설특검’을 역으로 정부·여당에 세게 요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의 설명이다. “지금 국민이 제일 바라는 것은 속도감 있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민주당이 제일 경계해야 할 지점은 ‘참사의 정치화’ 같은 정쟁 프레임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일반특검을 추진하면 여당과의 기나긴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상설특검은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즉각 추진할 수 있다. 민심을 등에 업고, 공을 정부·여당에 넘겨야 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민주당이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며 같은 맥락의 의견을 제시했다. 엄 소장은 “수사 개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반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하면, ‘이태원 참사로 정치공세만 하려고 한다’는 프레임에 빠지기 쉽다”면서 “정무적으로만 보면 민주당이 그런 부담을 떠안지 말고, 한동훈 장관과 정부·여당에 넘기는 게 유리해 보인다. 민주당에서 국민이 바라는 속도감 있는 상설특검을 대대적으로 주장한다면 한 장관은 물론 정부·여당의 입장은 매우 애매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역시 “어떤 추가적인 팩트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검은 매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경찰 수뇌부를 경질하지 않고 지금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셀프 수사’ 프레임은 매우 강력하다. 야당이 이를 앞세워 상설특검을 요구한다면 마땅히 방어할 명분이 없다. ‘윤석열의 칼’ 한 장관이 정부를 수사하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민주당으로선 일반특검 추진도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특검법 통과를 위해선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고 있다.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의결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정의당(6석)은 물론 군소 야당인 기본소득당(1석), 시대전환(1석)과 무소속(7석)의 도움이 반드시 요구된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김진표 의장이 결단할지도 불확실하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미 대장동 특검 발의도 단독 추진 중이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에는 ‘거야(巨野) 독주’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마저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산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특검 도입을 두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정쟁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여당의 공격이 시작될 텐데, 시간에 비례해 그 공격은 점점 유효타가 될 수 있다. 유효타가 쌓이면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특검을 추진한다는 인식이 언젠가는 생겨날 수 있다. 그걸 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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