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 후 체중이 불어났다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2 11:05
  • 호수 17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욕 높이거나 에너지 소비 낮추는 효과 때문
주치의와 상담해 약을 바꿔야

29세 남성이 수개월 전부터 환각과 환청을 경험하고 슬픈 상황에서 웃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병원 진료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약물치료를 하면서 환각과 환청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으나 체중이 10kg 이상 불어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체중 증가로 병원 진료실을 찾은 환자 중 특정 약을 먹기 시작한 후 체중이 증가한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흔히 체중 증가와 관련되는 약물로는 조현병 치료제, 스테로이드제, 항경련제, 피임약, 당뇨병약, 알레르기약,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있다. 약의 종류에 따라 체중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 중에서도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정도가 약의 종류에 따라 달라 일부 항우울제만 주로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 또한, 흔히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약물도 환자에 따라 체중 증가 정도가 달리 나타난다.

특정 약 복용이 체중 증가를 초래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부 약물은 식욕을 높여 과식을 초래함으로써 체중을 증가시키고, 다른 약물은 기초대사율을 낮춤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여 비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약물 부작용으로 피로감이나 무기력감이 커지거나 숨이 가빠지면서 신체 활동량이 감소해 이차적으로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일부 약물은 수분 저류 부작용(몸에 체액이 비정상적으로 쌓인 상태)으로 몸이 부어 체중 증가를 초래하기도 한다.

일부 당뇨병약은 하루 중 혈당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공복감을 유발해 식욕을 증가시키며, 베타 차단제(고혈압·심장질환 치료용)는 기초대사량을 감소시켜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항염증 효과와 면역억제 효과가 있어 피부질환, 호흡기질환, 류머티스즘 질환 등에 흔히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는 복용자의 20%에서 첫해 10kg 이상 체중을 증가시킨다.

ⓒ시사저널 우태윤
ⓒ시사저널 우태윤

약을 바꿀 수 없다면 식단 관리부터

체중 증가는 약물 외에도 식습관, 신체 활동량, 스트레스, 질병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먹은 후 체중이 증가했다면 최근 6~12개월간 섭취 열량이나 식단 변화가 있었는지 또는 이전보다 더 짜게 먹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운동량이나 신체 활동량이 줄지는 않았는지, 업무가 많아 오래 앉아있거나 야근이 잦지 않았는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활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거나 스트레스가 될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도 파악해 봐야 한다.

체중 증가가 특정 약 복용 이후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면 주치의와 상의해 필요하다면 복용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복용량을 줄일 수 있다. 당뇨병약, 항우울제, 혈압약 중에는 체중 증가를 초래하지 않는 대체 약물이 있다. 현재 복용하는 약물이 체중 증가를 초래하기는 하지만 질병 치료를 위해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라면 어떻게 할까.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고 간식과 야식을 피하며 싱겁게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천천히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한 끼 식사량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만 보 걷기 등 신체 활동량 증가를 위해 노력하고 하루 1시간 정도 좋아하는 운동에 시간을 내는 편이 바람직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