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 전쟁] 오세훈표 예산 대폭 늘고, 박원순표는 대거 삭감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8 11:0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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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와의 동행’에 12.8조…‘안전’ 예산도 대폭 늘려
TBS 예산 지원 끊고 박원순 ‘I·SEOUL·U’ 교체 수순

격세지감.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과 최근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논의 과정을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여의도 국회와 달리 서울시의회는 ‘여대야소’ 구도가 형성됐다. 국민의힘 소속의 민선 8기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 112석 중 76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의 확실한 지원을 받고 있다. 낯선 풍경이다. 서울시의회는 2010년부터 민주당 계열이 전체 의석의 70% 이상을 가져갔고, 특히 2018년에는 민주당이 110석 중 102석을 휩쓸었다. 12년 만에 권력 구도가 재편된 것이다. 

오 시장은 11월1일 4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예산(44조2190억원)보다 2조9862억원(6.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약자와의 동행’ 사업과 ‘글로벌 톱5 도시’ 달성을 위한 경쟁력 제고, 도시 안전 강화에 초점을 맞춰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점이다. 

반면 박원순 전임 시장의 대표 사업인 도시재생 사업과 시민단체 등에 민간 위탁하는 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서울시 소속의 교통정보 전문방송으로 설립·운영되다가 박 전 시장 시절 사실상 ‘종합방송’화된 교통방송(TBS)에 대한 예산 지원도 2024년부터 중단된다. 오 시장은 2015년 박 전 시장이 도입한 서울시의 현재 슬로건인 ‘아이 서울 유(I·SEOUL·U)’도 내년 초부터 새 슬로건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장으로서 최초 4선 고지에 오른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을 약자와의 동행, 도시 경쟁력 제고, 도시 안전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집중 편성했다고 밝혔다. 우선 서울시는 취약계층의 주거, 의료, 교육 등을 지원하는 오 시장의 사회복지 정책인 이른바 ‘약자와의 동행’ 사업에 전체 예산의 27.3%인 12조8835억원을 배정했다. 올해보다 1조1209억원(9.5%) 늘렸다. 

도시 경쟁력 강화에는 총 2조8699억원을 편성했다. ‘한강 르네상스’를 다시 강조하고 있는 ‘오세훈의 서울시’는 ‘서울항’도 추진한다. 연내 한강~경인아라뱃길 유람선에 대한 시범운항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여의도에 서울항을 완성하는 서해뱃길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노들섬을 음악과 예술이 어우러진 곳으로 재구조화하고, 10월 세계불꽃축제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한강을 ‘관광자원’화하는 프로젝트도 시작된다. 도시 안전 강화에는 1조6676억원을 배정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5112억원이 수방(水防) 대책 예산이다. 하수관로 정비에 3570억원, 방재시설 확충에 1332억원이 들어간다. 

‘오세훈표 예산’은 대폭 증액됐지만, ‘박원순표 예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박 전 시장이 역점 추진하던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올해 949억원에서 내년 589억원으로 37.9% 감소했다. 도시재생 재구조화 등 도시계획·주택정비 분야 예산도 317억원(8.1%) 줄었다. 전태일 기념관 등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하는 사업 예산 역시 7112억원에서 6609억원으로 7.1% 감액됐다.

한편 TBS는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시의회는 11월15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76명 전원이 공동 발의한 이 조례안은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현행 조례를 2024년 1월1일부로 폐지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은 2024년 1월1일부로 중단될 전망이다. TBS는 연간 예산 약 500억원 중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한다. 올해 서울시의 TBS 출연금은 320억원이었다. 국민의힘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해 TBS의 상당수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적이고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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