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빨간불 들어온 車산업…기업·소비자 부담↑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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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인도에 차질 빚나…타이어 수출은 난항
‘품절 주유소’ 속속 등장 “내주 더 늘어날 듯”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광양항 입구가 집회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이들이 세워둔 화물차로 가로막혀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광양항 입구가 집회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이들이 세워둔 화물차로 가로막혀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자동차 산업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1차 협상이 결렬,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24일부터 일반 직원 및 외부 인력을 동원해 직접 완성된 신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 고객에게 인도하는 ‘로드탁송’을 실시하고 있다. 공장에서 소비자 인도를 위한 출하장까지 생산된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탁송차(카 캐리어) 기사 대부분이 화물연대 조합원인 탓이다. 로드탁송은 이미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실시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로드탁송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조립이 끝난 신차가 출고되지 않을 경우 공장 자체가 ‘셧다운’될 수 있어서다. 이들은 로드탁송에 동의한 고객에게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일부 고객들은 100㎞ 이상 주행한 신차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로드탁송을 거부할 경우 대기 순번이 밀려 언제 신차를 인도받을지 모른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으로 6개월에서 길게는 20개월까지 차량 인도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마냥 로드탁송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모두 신차 출고에 지장이 없도록 일반 직원은 물론 외부 업체를 통해 개별 탁송을 하고 있다”며 “신차 인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어 업계는 수출용 타이어를 제때 컨테이너에 싣지 못해 비상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공장은 파업 이후 수출용 컨테이너 출고량이 평상시의 30~40% 수준으로 줄었다. 해외 공장이 있는 한국타이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광주, 평택, 곡성 등에 타이어 공장이 있는 금호타이어는 하루 총 9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지만 현재 90%에 달하는 8만개의 타이어 출하가 막힌 상태다.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은 공장 정문을 가로 막고 출하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하루 8만개를 생산하는 넥센타이어 역시 절반 가까운 타이어를 컨테이너선에 싣지 못하고 있다. 타이어업계는 파업에 대비, 재고를 비축해놨지만 다음주 정도면 이마저도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어 업계는 빈 컨테이너 박스를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생산품을 적재할 수 있는 야적장을 확보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파업 장기화를 대비해 감산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주유소 휘발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 지난 28일 서울 한 주유소 가격 게시판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주유소 휘발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 지난 28일 서울 한 주유소 가격 게시판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주유소 재고 비축 기간 2주…내주 상황 심각해질 수도”

불똥은 주유소에도 튀었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면서 일부 주유소에서 품절 사태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차량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70~80%에 달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비상상황반을 운영하면서 재고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며 “재고가 20% 미만인 주유소는 대략 20곳 정도이며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재고가 없어 0원으로 표기된 곳은 50곳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전국 1만5000개 주유소 가운데 재고 부족을 호소하는 곳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재고 비축 기간이 보통 2주정도 되는데 다음 주부터 다소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차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량 자체를 줄인 상황이라 당장은 공장 가동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태가 길어져 공장으로의 부품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라인에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주유업계가 파업 전부터 재고 확보에 노력해 주유소들이 향후 1~2주는 버틸 것”이라면서 “품절 주유소가 많아지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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