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눈치에? ‘이상민 딜레마’ 빠진 국민의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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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장관 해임’ 요구에 與 거친 반발…‘윤심’ 발맞추기 관측
국조·예산 처리 등 산적한 현안에…‘李 조기 경질했어야’ 주장도

이태원 참사 후 3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이 장관 해임을 거부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해임건의안’ 카드를 빼들면서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야당보다 여당의 입장이 더 난처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예산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도 이 장관 해임을 ‘협상 카드’로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이 장관 유임에 쏠려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강대강’ 대치에 국민의힘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은 이상민 유임?

이 장관이 ‘옷’을 벗지 않은 배경에는 ‘윤심’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자 경질 요구와 관련해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이나 청장을 바꾸라는 것은 후진적”이라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과 독대하는 몇 안 되는 최측근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김 실장의 해당 발언이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에게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조언을 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 장관을 해임하는 순간 정국의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를 대통령실에 전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 요구는 ‘정략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조사의 조사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포함되어 있는데,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장관을 조사하기도 전에, 장관을 그냥 해임하겠다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라고 반문한 뒤 “당대표 이슈를 덮기 위해, 국회를 계속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켠에선 여권이 ‘이상민 지키기’에 나설수록, 되레 정국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게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이 장관을 고리 삼아 ‘반정부 투쟁’ 전선을 확대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의 입장이 확고한 터라, 이 같은 의견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시킵시다’라고 결단했는데, 우리(여당)가 반대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만약 대통령실이 (해임을) 원한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전략적으로 보자면 ‘이 장관 해임’을 통해 얻어낼 게 (여당으로선) 더 많다”며 “다만 지금은 (이 장관 해임이 아닌) 사고의 원인부터 규명하자는 게 당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포스트 이상민’ 찾기, 타이밍 놓쳤다?

민주당은 30일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참사 한달이 되기 전까지 대통령의 파면 결단이나 자진사퇴를 마지막으로 촉구했지만 끝내 묵묵부답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민심과 맞서지 말고 이 장관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형사적 책임과 정치도의적 책임, 행정적 책임을 분간 못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에도 이 장관 파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내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의 배수진에 국민의힘은 난처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더해 단독 예산안 처리 카드까지 꺼내든 탓이다.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실제로 정부가 제출한 639조원의 예산을 삭감한 뒤 단독 처리할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이 장관 교체 적기(適期)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직후 ‘지휘 책임’을 근거로 이 장관을 경질시켰다면,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정조사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다 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참사가 벌어진 직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이 책임졌어야 한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가 아닌 상식과 지휘책임의 문제”라며 “일단 이 장관을 해임시키고 국민의 평가를 받았어야 하는데, 되레 대통령이 나서서 장관을 감쌌다. 이건 ‘뚝심’이 아닌 ‘불통’으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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