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反文 말곤 국정 의제 없어…집권세력 잘해야 야당도 변화”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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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실종’ 쓴소리 인터뷰] 금태섭 전 의원
“윤 대통령, 국정목표가 없으니 협치 없이 싸움만…민주당, 사실상 정쟁 유도하고 있어”
11월30일 금태섭 전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11월30일 금태섭 전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우리 정치가 필요한 문제엔 손도 못 대보고 쓰잘데기 없는 문제로 싸우고 있다”며 한마디로 “정치의 실패”라고 일갈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1월30일 시사저널과 만난 금 전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는 야당과 싸우는 것 외에 뚜렷한 목표나 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세력이 눈앞의 정쟁에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목숨을 걸고 있다”며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게 하는 야당의 전략에 끌려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文의 편 가르기 멈춰달라고 바꿨는데, 尹도 편 가르기 해”

집권세력이 계속 ‘쓰잘데기 없는’ 논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권이 바뀌고 나면 집권 5년 안에 무엇을 반드시 이룰 것인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야당과 싸우는 것 말고는 독자적인 아이템이 없다. 집권세력 안에서도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전혀 정리가 안 돼 있다. 그러니 MBC 기자의 ‘쓰레빠’와 김건희 여사 조명 논란 등과 같은 문제로 야당과 매번 거칠게 싸운다. 우리 국민의 삶과 전혀 관계없는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

결국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문제일까.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매사에 법과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검찰 출신들은 과거 일의 유·무죄 여부를 따지는 것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정치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도 이들이 왜 지금 여론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업을 단행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당장 원하는 걸 들어주지 못하더라도 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집권세력은 무조건 법의 잣대만 들이대며 불법이라고 단정지어버린다. 매사에 법적 공방을 벌이듯 승소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사과에 유독 인색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또한 목표 의식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싶다. 목표가 분명하면 이를 이루기 위해 자연히 그 외의 것들엔 덜 집착하게 된다. 때에 따라 사과도 할 수 있다. 일을 되게 만들기 위해 싫어도 야당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큰 목표가 없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항상 중요치 않은 것들을 중요시하며 싸운다.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나 여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끊임없이 논의하며 보완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권에서 지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여당도 관료도 그저 대통령 말만 따라가기 바쁘다.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잘못만 이야기한다. 지난 정부에서 보였던 ‘편 가르기’를 멈추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기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 아닌가.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또 다른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금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시야도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비슷해지는 양상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당장 오늘(30일)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에 찾아간 ‘더 탐사’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더 탐사’가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한 건 맞지만, 이 일보다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할 더 중요한 사안들이 많다. 그런데 제가 이러한 지적을 하면 정부·여당 지지자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은 걸 비판하면 곧장 ‘그럼 MBC가 잘했다는 거냐’고 반박한다. 이런 사소한 싸움이 길어지면 정부·여당으로선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당장 2년 후 총선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물을 텐데, 이런 일로 싸우며 보낼 시간이 없다. 정치에서 시간은 항상 야당의 편인데, 지금 정부·여당은 이걸 모르고 있다.”

11월3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금태섭 전 의원 ⓒ시사저널 임준선
11월3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금태섭 전 의원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자신이 살 고민만 하면 민주당 전체 침몰할 것”

지금 이러한 싸움을 지속하는 게 야당의 전략이라고 보나.

“어느 정도는 그렇다. 숫자로만 봐도 강성지지층은 민주당 쪽이 훨씬 두텁다. 전투력을 따져도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상대가 안 된다. 그렇다면 이기는 싸움만 골라서 해야 하는데 MBC를 배제하고 김건희 여사 조명 건으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을 고발하는 게 과연 궁극적으로 이기는 걸까. 우리 헌법상 집권세력은 모든 권한을 부여받는 만큼 모든 책임도 지게 돼 있다. 따라서 야당으로선 총선 때까지 이러한 싸움을 지속하며 정부·여당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게 막기만 하면 이길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야당도 정부·여당의 자충수에 대한 충분한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여전히 깊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전히 지난 날을 반성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너무 크다. 아마도 이 대표는 뿌리 깊은 민주당 주류가 자신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일 그가 끝까지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만 고민한다면 민주당은 결국 전체가 침몰할 것이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강성 지지층에게 욕먹지 않으면서 이 대표와 함께 침몰하지도 않을 방도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팬덤 정치’에 대한 문제도 대표적으로 지적되는데.

“팬덤 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리더의 역할인데, 민주당은 그동안 팬덤으로 꽤나 재미를 봤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천운으로 승리한 이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대선, 지방선거까지 내리 졌는데도 여전히 팬덤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에선 여전히 김어준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를 비롯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김의겸 의원 같은 인물들이 나서면 나설수록 민주당의 모자란 면을 더욱 보여주는 꼴이다. 당장 저만 해도 더 이상 그들에게 대꾸하지 않는데, 윤석열 정부라고 그들을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겠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에게 ‘이것만큼은 꼭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면.

“우선 정부는 국민이 놀랄 만큼의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정리하는 등 이 정부가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되레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새벽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본다 해도 대통령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인풋(input)을 주고 대등한 위치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인물들이 필요하다. 물론 그 여지를 열어주는 건 대통령의 몫이다. 참모들에게 화를 내고 질책하며 쓴 소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집권세력이 잘해야만 그에 맞서는 야당도 바뀐다. 민주당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문재인 정권에서 강성 지지층들을 경험한 의원들은 그 학습효과로 절대 당 내부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당은 망하는 길로 향한다. 이재명 대표를 비호하기보다는 당을 위해 쓴 소리를 낼 수 있는 진정한 ‘레드팀’이 필요하다.”

11월3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금태섭 전 의원 ⓒ시사저널 임준선
11월3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금태섭 전 의원 ⓒ시사저널 임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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