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과 ‘비윤’ 사이, 사면초가 주호영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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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협상·이태원 국조 두고 ‘친윤계-주호영’ 이견
‘주호영 책임론’ 부상에 朱 “말 만들지 마라” 선긋기

‘선(先) 예산안 처리-후(後) 국정조사’를 내세웠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여당의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를 예고하면서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도 통과시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한 가운데 비윤석열계 내부에서도 주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은 주호영 떠났다?

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다.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 직책을 연이어 꿰찼다. 친윤계와의 관계도 돈독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후임 원내대표로 주 원내대표를 공개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당내 기류가 미묘하게 바뀐 분위기다.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을 겨냥한 해임 건의안까지 통과시키자 친윤계 내부에서는 ‘주호영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주 원내대표가 야당에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합의해줬지만, 정작 ‘얻은 것’은 없다는 비판에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그들이(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는 정권 흔들기, 정권 퇴진 운동에 불과하다”면서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민주당과는 그 어떤 협치도 그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 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저격한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장 의원은 ▲국정감사 중 김은혜 홍보수석 필담 논란 ▲차기 당대표 자격 등을 두고도 주 원내대표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장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대변하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용산 대통령실도 주 원내대표 행보에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원이 바로 장제원”이라며 “장 의원이 ‘윤심’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 장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면 그게 곧 ‘통’(윤 대통령)의 의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보좌관도 “(이상민 장관) 해임안 처리 후 의원들 사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연판장 형식의 비판글이 돌기도 했다”며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한 지도부로서는 난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오른쪽)과 권성동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오른쪽)과 권성동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비윤계서도 ‘비토 정서’…주호영은 선긋기

친윤계의 지지를 잃는다면 ‘주호영 리더십’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주 원내대표에 대한 비윤계의 ‘비토 정서’가 이미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19일 주 원내대표는 61표를 획득하며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는데, 당시 42표의 ‘반란표’가 나왔다. 당내 적지 않은 의원이 주 원내대표 대신 입당한 지 1년도 안 된 이용호 의원에게 표를 던진 셈이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투표 결과는) ‘돌고 돌아 주호영’을 부담스러워하는 마음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복잡한 심경이 뒤섞인 결과”라며 “주 원내대표가 경선 당시 ‘윤심 마케팅’을 내세웠는데, (최근 행보를 보면) 정작 주 원내대표가 ‘윤심’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주 원내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대신 야당 지도부를 겨냥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제원 의원이 지도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 “책임론은 무슨 책임론인가. 자꾸 말을 만들지 말라”고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를 수 있다. 거기(장 의원 SNS)엔 민주당 비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이후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미리 행안부 장관을 해임건의했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음에도 무시하라고 건의할지 안 할지는 논의 중”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을 넣어놨는데 해임을 건의하면 해임된 장관이 나오겠나.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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