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갈 길 먼 부동산 시장 정상화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10:0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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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 “시장 침체,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올림픽파크 포레온’이라는 이름으로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일반공급분 3695가구 모집에 1만7378명이 신청하면서 1순위 평균 경쟁률은 4.7대 1에 그쳤다. 특별히 놀랄 만큼 낮은 경쟁률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9.3대 1이었다. 작년에는 평균 16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최저 가점 문턱도 낮아졌다. 지난해 서울 시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평균 최저 가점은 59.9점이었으나 올해는 42.2점이었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 속에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속수무책으로 하락세다. 사진은 12월9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연합뉴스

둔촌주공 평균 경쟁률 4.7대 1

모두 부동산 시장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매매와 전세 시장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요 위축과 가격 급락이 거래 절벽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따른 공급 위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대폭락을 우려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나친 걱정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상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폭락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폭은 3.8%, 전세 하락 폭은 4.3%에 불과하다. KB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로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멈춘 것도 겨우 지난 7월이었다.

부동산 경기의 악순환을 만드는 것은 주로 미분양이지만 이것도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전국 미분양은 16만5000가구에 달했지만, 지금은 4만2000가구 수준이다. 장기적인 수요 부진을 우려할 상황도 아니다. 전국적인 자가보유율은 2017년 61.1%에서 2020년 60.6%로 오히려 떨어졌다. 수도권 자가보유율도 2018년 54.2%에서 2020년 53%로 하락했다. 여건만 된다면 집을 사고 싶은 수요는 여전하다.

사실 그동안 집값이 너무 뛰었다. 2019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KB 지수로 본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정확하게 50%가 뛰었다. 더 멀리 2016년부터 잡아도 2021년까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8% 증가하는 동안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73% 높아졌다. 2009년에 7배였던 서울 아파트의 연간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은 2018년에야 10배로 늘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올해 1분기부터 14배가 넘었다. 이걸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의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미친 부분은 없고 시장의 수급 상황도 아직 개선된 것이 없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그저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시점에 고금리와 대출 규제에 묶여 수요자들이 집 사기를 미룬 결과일 뿐이다.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 경착륙은 경제에 해롭다. 가능하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주기적 경제 순환 과정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가격은 3.5%, 아파트 가격은 5.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주택 가격은 2.5% 하락하고, 아파트 가격 역시 4.0%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주택 가격이 평균 2.5% 하락할 것으로 봤다. 실제 거래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11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8000만원을 넘었다. 일부에서는 지금보다 30% 정도는 더 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KB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로 계산해 보면 지금보다 집값이 10% 하락해야 2020년 12월 수준이 되고 20% 떨어지면 2018년 12월 수준이 된다. 30%가 내리면 2017년 수준이다. 아직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멀었다.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로 증가하거나 분양 물량이 역대 최저로 줄고 전세가율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야 바닥이다. 하락의 마지막 국면에 가면 서울 강남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출현할 것이다. 물론 경기 상황과 금리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주택시장 침체는 앞으로 적어도 2년 이상 계속될 것이다.

일방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도 바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투기 방지 대책도 없이 규제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도 내심 조심스럽다.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췄다. 하지만 안전진단 기준이 바뀐 2018년 3월5일 이전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는 20%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는 지역이나 집값과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완화했다.

그러나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다. DSR은 금리가 높을수록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대출 가능 한도가 줄어든다. 완화된 LTV 규제를 적용해도 DSR 규제가 있는 한 대출 한도는 늘어나기 어렵다. 재건축부담금 역시 폐지가 아니라 면제 기준을 높이고 부과 시점을 바꾸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과 송파 지역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더 대담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

 

이참에 공급망 재점검해야

부동산 시장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겹친 상황에서는 주택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지면 언제든 부동산 시장은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연간 10만 가구 내외다. 새 아파트가 적으니 여차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공급이 필요하다. 꾸준한 공급보다 더 좋은 부동산 안정책은 없다. 우리나라 주택 공급률은 103%지만, 서울은 98%로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다. 270만 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시장 위축으로 민간 공급은 앞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 공급을 위한 택지 개발과 민간 공급 여건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집이 주거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나 투기의 대상인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의 삶이 불안하다. 집값이 급등하면 집이 없는 사람들이 불행해지고, 집값이 급락하면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2% 남짓인 저성장 국가로 인구까지 줄어들고 있다. 공급만 충분하다면 경제성장률의 네 배로 집값이 급등할 이유가 없다. 집값 하락이 시장의 불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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