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받지 못하고 끝난 화물연대 파업 [권상집의 논전(論戰)]
  •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7 16:0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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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20%만 차질 발생해도 60조4058억원 손실 평가
메시지 각인보다 과격 시위 일관해 여론 외면받아

화물연대 파업이 큰 소득 없이 종료됐다. 화물연대가 1년에 두 번 이상 파업을 시도한 건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그만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이슈가 많았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생각과 달리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강경 카드로 맞섰다. 여론 역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지지보다 비난과 한계를 먼저 언급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명분만으로 실리를 채우긴 어려운 파업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줄곧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강조했으나 시종일관 공정 그리고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올해 두 차례 파업을 시도한 이유도 이런 점을 감안해 충분히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지시했다. 화물연대 파업 사상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12월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관계자가 파업 관련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은 왜 국민 지지를 받지 못했나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국민의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극심해지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시작된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은 국내 산업계에 대략 1조6000억원에 가까운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건설 현장,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 제철소의 냉연공장 가동은 모두 스톱됐다. 지난번 1차 파업은 국민에게 강경모드 파업은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다는 학습효과를 남겼다.

화물연대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다만, 물류를 멈추게 한 후 어떤 세상이 다가올지에 대해서는 화물연대의 고민이 깊지 못했다.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는 국민에게 화물연대 파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재각인됐고, 정부는 마침내 업무개시명령을 토대로 강 대 강 국면을 선언했다. 화물연대 파업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어려움 등 많은 이슈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했다.

물류산업은 기본적으로 화물의 운송활동과 지원활동을 통해 화물의 공간적, 시간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공간과 시간의 가치를 창출하는 순기능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급 지장, 수습 비용 증가, 국제적 신뢰도 감소, 사회적 혼란이라는 역기능으로 다시 재해석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안전운임제 문제, 이른바 특고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는 지난 20년간 계속 대두됐지만 화물연대는 문제의 해결책을 슬기롭게 제시하지 못했다.

건국대 박재민 교수팀은 2019년 산업혁신연구 학술지에 화물연대 파업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어떤 부정적 효과를 창출하는지 산업연관분석을 토대로 실증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물류산업의 공급 차질이 20% 발생할 경우 유발되는 파급효과는 약 60조4058억원의 손실로 나타났다. 물류산업의 공급 차질로 인해 발생하는 연관 산업의 수요량 감소, 공급망 붕괴 등을 고려해 산출된 결과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던 때여서 파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무엇보다 물류산업은 기타 산업의 중간 투입재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의 명분과 취지는 분명하고 충분히 논의돼야 함에도 여론의 지지와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한 이유다. 특히, 화물연대 시위는 매우 강경한 편이다. 노조활동 가담을 기피하는 비조합원의 차량을 파손하는 등의 행위는 명분과 취지보다 불법 시위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는 기폭제가 됐다.

화물연대의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와 정부의 ‘불법 파업은 용인될 수 없다’는 메시지의 대립에서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메시지가 좀 더 우호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안전운임제, 유가보조금 등 다양한 논의를 건설적으로 전개했다면 정부보다 화물연대의 목소리가 좀 더 여론의 지지를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불법, 과격 시위 프레임을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화물연대 파업에 관해 대중은 여전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불법 시위, 과격한 행동을 먼저 떠올린다. 화물연대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누구와 싸우는지보다 그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언론도 알리기 바쁘다. 대학에서 노사관계론을 수강하는 대학생에게 물어보면 화물연대 종사자, 이른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젊은 세대는 심지어 노조에 대해 회의적이다.

노동조합원과 관련된 다수의 노사관계 연구를 살펴보면 노동조합원이 노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느냐에 따라 노동조합 참여 및 몰입 형태가 달라진다. 당연히 불법, 과격 시위를 할수록 노조 가입에 대한 구성원들의 전반적 인식과 참여는 부정적으로 변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올바른 노조는 민주노총의 과격한 행동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에 노조활동도 합리적으로 상식의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합리적 목소리 낸 스타벅스코리아 시위와 대조

합리적인 노조활동은 무엇일까? 결국 국민의 머릿속엔 과격한 행동이 남느냐 선명한 메시지가 남느냐로 요약된다. 최근 들어 민주노총 총파업에 다수의 개별 기업 노조가 불참을 선언하거나 이탈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시위는 민주노총의 지원을 거부하고 명확하게 직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메시지에 집중해 근로여건 개선을 본사로부터 얻어냈다. 선명한 메시지의 힘이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시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본 동종업계 구성원들은 이들의 시위에 다양한 호응과 지지를 보냈다. 시위가 격렬하지 않았지만 인력 확보, 임금체계 개선 등의 구호는 명확했고 사회생활을 해본 다수의 대중은 이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 직원들이 중심이 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은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격한 행동의 역기능이 아닌 선명한 메시지의 순기능을 선택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동력을 잃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화물연대 파업의 목소리는 분명 경청할 부분이 존재한다. 화물을 운송하는 기사는 대표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자다. 그런데도 이번 파업은 이 중요한 이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성급히 끝이 났다. 메시지를 지워버린 과격한 행위는 결국 국민의 커튼콜을 불러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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