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지역, 관광객으로 채우겠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6 10:18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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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실 신임 관광공사 사장, ‘관광객 수도권 집중 완화’ 등 4대 목표 제시

“지역 소멸 위기를 관광으로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2월1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3년 임기 내 매진할 4대 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지방의 인구 소멸 위기를 관광 활성화로 극복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장실호(號) 관광공사의 4대 중점 과제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비롯해 △민간 관광기업 지원 강화 △K콘텐츠 활용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여행 전(全) 주기에 걸쳐 개인화된 디지털 서비스 제공 등이다. 김 사장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낡은 것들을 과감히 혁신해 한국 관광산업의 대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방·영세 기업 지원에 팔 걷어붙여 

김 사장은 10월6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앞서 윤석열 정부 초대 관광공사 사장이 누가 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김 사장 외에 황상무 전 KBS 앵커, 박강섭 전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 등이 물망에 올랐다. 결국 정통 관료 출신에 의정 경험도 있는 김 사장이 우위에 섰다. 정부에서 안정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20대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국민통합초청위원장을 맡은 점도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 경상남도 남해군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경남공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해 문화공보부(문화체육관광부 전신)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중간중간에 청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무조정실 등에서 파견근무를 했고 공직 생활의 마지막은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으로 장식했다. 공직 퇴임 후 예술의전당 사장, 새누리당 19대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하는 등 제도권에서 탄탄대로를 걸은 김 사장이지만, 지독히 가난했던 학창 시절을 늘 잊지 않고 지방과 소외계층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관광공사 사장이 되자마자 세운 중점 과제와 목표도 상당 부분 지방 주민과 중소·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할애됐다.

김 사장은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 전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을 언급했다. 그는 “순전히 독일 민요 《로렐라이》를 학창 시절에 즐겨 불렀다는 이유로 로렐라이 언덕을 구경하러 독일까지 간 적이 있다”면서 “관광에 스토리를 입힐 때 관광객들은 그 지역을 방문한 이유를 찾게 되고, 스토리가 훌륭하다면 감동까지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각 지역의 고유한 스토리와 콘텐츠를 관광과 연계해 지역 관광을 더욱 다채롭게 하겠다”고 말했다. 

관광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구할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김 사장은 기대했다. 그는 “실질적인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들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여행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고 본다”면서 “궁극적으로 소멸 위기 지역에서 체류형 방문 인구가 늘어나고 부가가치도 발생하게 함으로써 감소하는 인구를 관광객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관광주민증’ 사업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김 사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이란 모바일 앱으로 발급받은 QR코드를 활용해 지역 내 숙박·식음·체험 시설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명예 주민증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에 여행객들이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기 위해 기획됐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89개 인구 감소 지역 중 디지털 관광주민증 시범사업 대상은 강원도 평창군과 충청북도 옥천군으로 정해졌다. 관광공사는 올해 2개 지역 시범사업의 성과를 점검해 디지털 관광주민증 소지자 혜택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내년부터 사업 대상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가입자 증가 추세가 점점 빨라지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합쳐서 인구 10만 명이 채 안 되는 옥천군과 평창군(옥천군 4만9547명, 평창군 4만980명)에서 주민증 발급을 시작한 지 50여 일 만인 11월말 현재 3만 명 넘는 여행객이 이 주민증을 발급받았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 지역을 20곳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관광공사 측은 전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2월14일 서울 광화문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역대 최고령 사장…“관광 디지털화에 총력” 

중소·영세 기업 지원책도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정교하게 짜였다. 김 사장은 “국내 관광기업이 대체로 영세한데, 맞춤형 지원 없이는 최신 트렌드를 접목하거나 육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작지만 유망한 관광기업에 투자자를 매칭해 주고 전문가 멘토링, 사업화 자금 지원 등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관광데이터랩, 한국관광콘텐츠랩, 한국관광산업포털, 대한민국구석구석, 비짓코리아 등 5대 공공플랫폼을 축으로 관광기업들에 관광 관련 빅데이터와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마케팅·비즈니스 지원에 나선다. 이를 통해 융합형 관광벤처 1200개를 발굴하고 유니콘 기업 3개를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정부는 12월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고 관광수입 3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2019년 기준 각각 1750만 명, 207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관광공사는 정부의 로드맵에 발맞춰 대대적인 준비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김 사장은 “K팝, K드라마 등 대중문화 한류뿐 아니라 클래식 예술과 한국 전통문화, 더 나아가 한국인의 삶이 녹아있는 의식주 전반까지 포함된 이른바 ‘생활문화 한류’로 시각을 확장하고 해외 홍보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공사의 모든 청사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김 사장은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된 관광 서비스 제공 등 여행의 전 주기에서 관광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략은 김 사장 개인에게도 중요한 도전 과제다. 취임 전후로 일각에서 ‘역대 관광공사 사장 중 최고령(66세)인 김 사장이 급변하는 관광 트렌드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불거진 바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과거와 달리 개인과 기업, 정부, 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등 여행 관련 주체들이 모두 디지털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낀다”면서 “관광 디지털화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잘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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