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울며 희망퇴직’ 나선 재계
  • 이석 기자․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07:3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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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불어닥진 전방위 감원 바람
LG유플러스․현대제철․롯데하이마트․KB증권․NH농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최근 암울한 경제 전망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아마존과 메타, 트위터, 포드, 월마트, 펩시콜라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신호탄을 쐈다.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전통 제조업부터 IT 공룡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감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와 현대제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2월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지금의 현대제철 상황을 보면 당시 조치가 선제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분기 현대제철은 영업이익 373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수준이었다. HMM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최근 롯데하이마트도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경기 침체로 판매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0년 차 이상과 50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며 1300여 명의 직원이 해당된다.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 호시절이 올 줄 알았던 면세업계도 불경기, 고환율에 결국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은 대리급 이상 중 근속연수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전체 인력의 15% 수준인 160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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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생도 예외 아니다”

증권가 및 금융권에도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KB증권은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증권가에선 이미 희망퇴직 바람이 불었지만 KB증권까지 감원에 나서면서 향후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줄줄이 감원에 나서지 않을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1980년대생인 만 40세도 신청 가능하다. 이처럼 최근 이뤄지고 있는 희망퇴직은 고위직뿐 아니라, 한창 일할 나이의 직원들까지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 외에도 상당수 기업이 현재 희망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재계 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기업들도 조만간 희망퇴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역시 “신규 채용이 아니라, 지금은 있는 직원들이 짐을 싸게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련의 현상에서도 역시 기업들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호황을 누리던 세계적 테크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현재 상황은 마치 2000년대 초반 테크버블 사태를 연상케 한다”면서 “우리는 기업들이 해고할 수 없게 돼있지만 기업들의 임원 규모 축소, 희망퇴직 현상은 기업들이 내년에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전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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