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품고도 웃을 수 없는 한화그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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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태 개선에 임직원 처우 개선·고용 승계 등 과제 산적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이 회사 지분 49.3%를 취득한다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이 회사 지분 49.3%를 취득한다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년 이상 채권단 관리를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되리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화그룹은 웃지 못하고 있다.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인수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이자 2008년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자금 조달과 노조 반발 등으로 좌절한 지 13년 만이다. 한화그룹은 향후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49.3%)에 오를 전망이다.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축함와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역량을 확보하면서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최근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에 분산됐던 방산사업을 통합한 바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의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발전사업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생산기술과 운반과 연안 재기화설비 역량 등이 더해지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LNG 시장 내 한화그룹의 영향력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국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까지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허로 인수가 좌절됐다. LNG 운반선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 심사는 순조로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화그룹이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대우조선 인수로 예상되는 독과점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 개선도 중대한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적자 행진을 이어온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손실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이익잉여금은 모두 증발했고 1조원에 가까운 결손금을 쌓은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 누적 기준 1조19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여기에 부채비율은 3분기 연결기준 1291%에 달한다. 경쟁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이 같은 기간 300% 이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진 교체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16일 본계약에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등기이사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임직원 처우 개선 및 고용 승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조선업계는 경기침체로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인력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2014년 말 1만3192명에서 올해 3·4분기 8376명으로 급감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당사자 참여보장,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을 약속한 상태다.

하청노조 문제도 남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부터 51일간 이어진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진수가 중단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하청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사측과 하청노조의 관계는 크게 악화했다. 이로 인해 한화그룹은 향후 하청노조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책무를 떠안게 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외 인허가 취득에 통상 3개월 이상이 소요될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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