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항 통한 이민 120년…유정복, 재외동포청 유치 광폭행보
  • 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jun897@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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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역사적·지리적 최적의 조건”…국내외 총력전에 지지선언도 잇따라

1902년 12월22일 인천 제물포항. 102명의 조선인을 실은 증기선 겔릭호가 출항했다. 22일 동안 태평양을 가로지른 겔릭호는 이듬해 1월13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 이는 우리 민족 최초의 공식 이민이었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 도착한 조선인들은 곧바로 사탕수수 농장으로 향했다. 생계를 위해 이주를 결심한 조선인들에게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중요치 않았다. 이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하루 13시간씩 일하며 숱한 역경을 이겨냈고,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 

우리 민족의 공식 이민이 120년을 맞는다. 이들을 보듬고 끌어안기 위해 유정복 인천시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추진으로 신설되는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국내외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인천을 통해 고국을 떠났던 재외동포들, 이들이 돌아올 때도 인천이 제일 먼저 반겨줘야 한다는 게 유정복 시장의 구상이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유 시장은 20일부터 24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하와이를 방문한다. 유 시장은 하와이 이민 1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재외동포 지원의 컨트롤타워인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들어서야 하는 당위성을 홍보하고, 지지를 얻겠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인천시-유럽한인총연합회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인천시-유럽한인총연합회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시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80개국에 총 732만5143명의 재외동포가 체류 또는 거주하고 있다. 재외동포 중 재외국민은 251만1521명, 외국국적동포는 481만3622명이다.

국가별로는 최초의 공식 이민지인 미국에 가장 많은 263만3777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어 중국(235만422명), 일본(81만8865명), 캐나다(23만7364명), 우즈베키스탄(17만5865명), 러시아(16만8526명), 호주(15만8103명), 베트남(15만6330명), 카자흐스탄(10만9495명) 등 순이다.

재외동포청 신설은 732만명이 넘는 재외동포들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숙원이다. 정부의 재외동포 관련 업무가 외교부, 법무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에 분산돼 있어 혼선과 중복이 발생하고, 맞춤형 정책 추진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로 돌아오길 희망하는 귀환 동포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국가기구도 부재 상태다. 국내 이민 정책 및 행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국가기구의 마련과 운영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재외동포들은 정부조직이 아닌 재외동포재단에서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외동포재단은 1997년 10월 출범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무려 아홉 차례나 재외동포청 또는 대통령 소속 재외동포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외동포청 신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재외동포청 신설을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지난 10월 재외동포청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국회 문턱을 넘으면 외교부 차관급이 지휘하는 재외동포청이 새롭게 설치된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재외동포들의 교류 협력과 차세대 동포 교육 등 그간 재외동포재단이 해왔던 기능과 정부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영사·법무·병무 등 관련 정책 및 업무가 재외동포청으로 일원화된다.

정부는 재외동포청에 정무직 청장 1명과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 차장 1명을 둘 계획이다. 재외동포정책위원회도 설치해 중장기 정책방향을 정립하고, 부처 협업 등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한다. 아울러 재외동포사회와 모국 간 연대 강화 및 상생 발전 실현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인천이 최적지…교민단체 지지 잇따라

유 시장과 인천시는 이미 재외동포청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 시장은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이전인 지난 9월2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최근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찾아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건의했다.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 ⓒ인천시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 ⓒ인천시

지난달 유럽 출장 중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한인총연합회와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을 위한 상호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천시와 유럽한인총연합회는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과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유럽한인문화타운은 국내로 귀환하는 재외동포들의 거주를 지원하고. 유럽 소상공인을 유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인천시가 내세우는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의 당위성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인천은 첫 공식 이민을 시작한 이후 대한민국의 120년 이민역사와 함께해온 도시다. 국내 유일의 이민사박물관이 있으며, 고국을 떠나 흩어져 살아가는 민족을 뜻하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하와이 교민들이 보낸 성금으로 세운 인하대학교도 인천에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재외동포들의 입·출국 시 접근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항뿐만 아니라 철도, 도로, 항만 등을 통한 수도권 및 전국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인천은 재외동포청 설립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및 투자 유치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인천시는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12연패를 달성했고, 전 세계 189개 도시를 연결해준다”며 “인천은 세계와 대한민국을 가장 빠르게 이어주는 동북아의 관문도시”라고 강조했다.

인천의 도시경쟁력도 강점이다. 인천은 송도와 영종, 청라 등 전국 최대 규모의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를 비롯한 15개 국제기구가 입주해있다. 지난 10월에는 전 세계 동포들이 모이는 세계한인회장대회를 지방 최초로 개최하는 등 재외동포와 끈끈한 협력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유 시장의 광폭행보에 발맞춰 인천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한인총연합회는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지지 선언문을 발표했고, 우즈베키스탄 중앙고려인문화협회는 인천시와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울러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333명의 세계 각국 한인회장들은 재외동포청의 수도권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인천시의회도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지지 결의안을 처리하며 힘을 보탰다.

유 시장은 “인천시는 750만 재외동포와 함께 세계 초일류도시를 지향하는 글로벌 도시”라며 “향후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협조 요청을 지속하는 한편, 교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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