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하면 영전?…‘밀정 의혹’ 김순호 파격 승진에 동요하는 경찰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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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경찰국장·인수위 파견 경력 2명만 나란히 초고속 승진
김 국장 “소임 다해” 자평 속 야권·일선 경찰 반발 목소리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왼쪽)이 8월2일 경찰국을 격려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왼쪽)이 8월2일 경찰국을 격려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내 ‘서열 2위’ 인사를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밀정' 의혹 속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을 맡거나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 위원으로 파견됐던 인물이 나란히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다. 두 사람 모두 6개월 만에 파격적 승진을 했는데,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야권과 경찰 내부에서는 '정권 줄세우기' 비판 속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김순호(59)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과 조지호(54)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등 치안감 2명의 치안정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치안정감은 경찰 서열상 경찰청장(치안총감) 다음이다. 두 사람 모두 치안감 승진 불과 6개월 만에 또 한번 직급을 바꿔 달았다. 

김 국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특채로 경장에 임용됐다. 2011년 총경, 2017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으로 발령받았고, 이로부터 한달 뒤 7월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 임명됐다.

김 국장과 동반 승진한 조 국장은 경북 청송 출생으로 경찰대 출신이다. 강원 속초경찰서장,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거쳐 2019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파견 근무했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에서 12일 김순호 경찰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에서 지난 8월12일 김순호 경찰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순호 “제 소임 다해”…野 “충성만 하면 영전”

김 국장은 이른바 '프락치 의혹' 속에서도 파격 승진을 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이다. 야당의 거센 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김 국장에게 더 힘을 실어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국장은 1989년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대공요원으로 특채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녹화사업(사상전향 공작) 대상자로서 밀정 노릇을 하며 대학 서클 동향을 적극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인노회 소속 노동자들은 김 국장의 특채 경위와 구체적 행적 공개 및 사퇴를 요구했지만, 정부나 김 국장 모두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 국장은 20일 치안정감 승진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밀정 의혹과 관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의 조사는 앞서 김 국장이 자신은 '대학 시절 녹화사업(대학생 강제징집 사상공작) 피해자'라며 직접 조사를 요청한 사안으로, 경찰 특채 과정 의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초고속 승진에 대해서는 경찰국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김 국장은 "어제(19일) 발표한 경찰관의 공안직 수준 기본급 조정, 복수직급제, 순경 출신 고위직 진출 기회 확대 기반 마련에 경찰국이 일조했다. 경찰국은 꼭 필요한 순도 100%의 선한 조직"이라며 "제 소임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선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밀정 의혹에 이태원 참사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나 인수위 참여 인사를 콕 집어 초고속 승진시킨 것은 부적절 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경찰직장협의회에서는 성명서 논의 등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정부에 충성만 하면 어떤 의혹이 있든 상관없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노골적인 경찰 길들이기, 줄 세우기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 마무리 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인사로 야권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밀정 의혹이 있어도 충성만 하면 앞뒤 안 가리고 영전시키는 것이느냐"며 "공직사회에 문제가 있어도 충성하면 확실히 챙겨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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