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 BYC 오너 일가 편법승계 직격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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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재원 마련 과정서 주주 피해”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일 BYC 경영진에 주주제언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연합뉴스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일 BYC 경영진에 주주제언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연합뉴스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BYC 오너 3세의 편법승계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3세들의 지분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전날 BYC 경영진에 이런 내용이 담긴 주주제언 서한을 발송했다. BYC 일가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지적을 받아왔다. 신한에디피스와 남호섬유, 백양 등이 주로 거론됐다.

의류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신한에디피스는 고(故) 한영대 BYC 회장의 장남 한승우 BYC 이사(58.34%)와 차남인 한석범 BYC 사장(16.33%)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인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회사는 매년 30%대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해왔다. 신한에디피스는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 61억원 중 32.02%에 해당하는 19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2020년의 내부거래 비중도 34.99%(총매출 65억원-내부거래액 23억원) 수준이었다.

한석범 사장(60%)과 그의 동생 한기성씨(40%)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의류판매시설 장식장 제조업체 남호섬유의 경우는 매년 매출의 전량을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와 2020년 매출은 각각 1억8851만원과 3억2989만원이었다.

또 한 전 회장의 장녀인 지형씨가 최대주주(29.4%)인 부동산 임대업체인 백양은 지난해와 2020년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37.65%(183억원-69억원)과 42.40%(162억원-69억원)였다. 이밖에 한석범 사장·장은숙씨 부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한방과 한기성씨가 최대주주(71.49%)인 한흥물산에서도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트러스톤은 일감 몰아주기로 발생한 매출이 BYC 3세 지분 승계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오너 일가의 BYC 지분 63.05% 중 3세들의 직·간접 보유 지분율은 46.48%다. 3세들은 이중 36% 가량을 약 488억원에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3세들은 226억원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이름을 올린 특수관계법인들로부터 차입했다. 이를 두고 트러스톤은 BYC 오너 일가가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자금을 축적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서한에서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공모 리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섬유 부문이 주력사업이던 BYC는 2013년과 2014년을 기점으로 부동산투자기업으로 체질을 개선, 현재 약 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BYC의 임대수익률이 은행 금리에 못 미치는 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트러스톤은 BYC의 부동산의 비효율적 활용과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BYC의 투자부동산을 공모 리츠화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밖에 트러스톤은 BYC 경영진에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 △액면분할·무상증자 등을 통한 주식 유동성 확대 △기업설명(IR) 활동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한편, BYC 2대 주주(8.13%)인 트러스톤은 지난해 말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 공시한 후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전개했다. 트러스톤은 앞서 지난 5월 BYC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등사를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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