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제위기 2023년에도 이어질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6 07:35
  • 호수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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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 풀리자마자 복합 경제위기가 ‘발목’
中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가 세계경제 변수로

2022년은 혼란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는 2년 넘게 세계를 봉쇄하다시피 했다. 2022년 들어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택하면서 정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만으로 3년 만에 코로나19는 종료될 것 같지만, 중국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남아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이런 혼란과 피해를 조기에 수습하고 정상궤도로 올라올 것인지에 따라 2023년 세계경제는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연중 계속 혼란을 겪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안정과 질서는 찾아오지 않고 예측불가 상황이 연속된 2022년이었다.

2022년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거의 모든 전문가의 무력시위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된 이후 국가 차원의 전면전이 유럽에서 벌어진 것은 77년 만의 일이었다.

ⓒ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대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023년에도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연합뉴스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측 역시 빗나갔다. 1년 가까이 지속되는 전쟁은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전쟁 이전부터 급등 추세에 있던 에너지 가격, 특히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는 에너지 수급 불안과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산업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정부 역시 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출을 감내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로 인해 자원을 포함한 공급망은 대혼란에 빠졌으며 그 여파는 연말에도 지속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 간 전쟁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의 빈곤국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 곡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은 일정 부분 안정세를 되찾고 있으나 불안함은 여전하다.

2022년은 또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귀환으로 기억될 것이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양적완화와 제로 금리 그리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과 공급망 혼란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인정하고 대폭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세계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초강세로 이어지면서 많은 국가를 위기 국면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과 재정긴축이 병행돼야 하지만 정작 대다수 국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고용이 계속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과연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인가라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수습 국면에 들어섰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연말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연 이러한 추세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저금리 시대의 급작스러운 종말은 자산시장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하락을 가져왔다.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오던 아파트 가격은 2022년 초반부터 주춤했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된 중반 이후부터는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매매가격 하락은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전세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이것이 주택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해줬지만 2010년 이후 보편화된 전세자금 대출은 과거의 질서를 붕괴시키고 있다. 과거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던 전세시장이 금리 변동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동시 하락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2022년 말에 벌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인해 대다수 국가에서 진행됐던 부동산 시장의 급등 추세는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온 부동산 시장의 급락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강화된 규정과 은행의 건전성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시스템적인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경제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관련 산업의 침체를 동반하기 때문에 2023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은 세계화의 종말, 그리고 탈세계화의 본격적 시작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철저하게 민간기업의 판단에 따라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은 이제 강대국의 의도와 정책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놓고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세계화 시대의 원칙은 이제 특정 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직접 개입으로 인해 과거의 유물이 돼가고 있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대립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 강도와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이후 미국은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 우위 유지와 더불어 자국 내 관련 산업 생태계 형성을 목표로 설정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은 그러한 목표가 구체화되는 한 해였다. 미국 의회가 반도체법 제정을 통해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불하기 시작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자국 내 2차전지 및 전기자동차 관련 산업 생태계 형성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중 분쟁이 미·EU 신경전으로 확대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유럽의 반발을 불러왔다. 유럽 역시 2023년 미국과 유사한 형태의 법률을 시행할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기회와 위기의 시대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다시 한번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경쟁적인 지원과 유치 노력은 기업으로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장에 따른 투자 수요의 확대보다 기대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도 국내 산업 생태계 위축과 고용 축소는 불가피해질 전망이어서 앞으로의 상황은 밝다고 보기 어렵다.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 2022년 연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위기와 변화는 기회를 가져다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2023년 역시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에너지 및 각종 자원의 가격 상승 압력 등으로 인해 많이 어려운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사회가 공유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예측보다는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2023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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