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25㎝ 적설’ 사고 속출…‘넘어지고 부딪히고’
  • 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3 14: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객 10명 탄 고속버스 전도…저수지 빠진 승용차 40대 여성 운전자 숨져
산간지역 중심 전남 11곳, 광주 2곳 도로 통제…항공·여객선도 대부분 결항

광주·전남지역에서 연이틀째 이어진 폭설로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각종 사고가 속출했다. 눈길,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저수지에 빠지거나 구조물을 들이받고 넘어져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곳곳에서 보행자가 넘어져 다치는 낙상 사고도 이어졌다. 주요 산간 도로를 중심으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하늘길과 바닷길도 가로막혔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광주·전남 지역에 이틀간 20㎝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다.

23일 오전 7시 27분께 전남 곡성군 오산면 호남고속도로 옥과 나들목 인근에서 시외 고속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도됐다. ⓒ전남소방 제공
23일 오전 7시 27분께 전남 곡성군 오산면 호남고속도로 옥과 나들목 인근에서 시외 고속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도됐다. ⓒ전남소방 제공

사고 속출…고속버스 넘어지고, 승용차 저수지 추락 사망

폭설로 인한 눈길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23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1분께 영암~순천 고속도로 영암방향 장흥나들목 인근에서 액화 산소를 싣고 가던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졌다. 가드레일 등을 들이받으며 그 충격으로 탱크 부분이 차량에서 떨어져 나가 전도돼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운전자도 가벼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7시 27분께에는 호남고속도로 순천 방향 옥과나들목 인근에서 눈길을 달리던 고속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고속버스에는 승객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3시 57분께 고창~담양을 잇는 고속도로 북광주IC 인근 지점에서도 25톤 화물 차량이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사고도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4시40분쯤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4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량이 저수지에 빠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인 40대 여성이 119에 의해 구조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운전자가 차선을 변경하려다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전남 곳곳에서는 보행자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손목과 허리 등을 다치는 낙상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대설특보가 발효된 전날 새벽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광주에서는 폭설 피해 31건(교통 6건, 낙상 22건, 안전조치 3건)의 소방 출동이 이뤄졌다. 전남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교통사고 4건, 낙상 5건, 안전조치 1건 등 10건을 조치했다.

보성군이 제설차를 동원해 읍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가운데 승용차가 미끄러운 길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보성군
보성군이 제설차를 동원해 읍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가운데 승용차가 미끄러운 길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보성군

전남 11곳·광주 2곳 도로 통제…하늘길과 바닷길도 ‘꽁꽁’ 묶여 

많은 양의 눈이 쌓이면서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남에서는 산간 도로를 중심으로 11곳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진도에서는 의신면 사천리∼고군면 향동리(두목재) 1.5㎞ 구간과 의신면 쏠비치진도∼초평항 1㎞ 구간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구례는 산동면∼고산터널 4.4㎞ 구간에서, 화순은 한천면 돗재 3㎞ 구간과 화순읍 정수장 고개 80m 구간이 통제됐다.

보성 진목마을∼주릿재 3㎞ 구간, 순천 낙안면 은병원∼빈계재 5.4㎞ 구간과 별량면 운용마을∼상사 초곡마을 2.5㎞ 구간도 통행금지 상태다. 곡성 신풍재와 고산재, 완도 대기재 구간도 통행이 중단됐다. 광주에서는 무등산 산간 도로인 4수원지∼금곡마을 5.4㎞, 무등산전망대∼4수원지 2.1㎞ 구간이 통제 중이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모두 가로막혔다. 광주공항을 오가는 30편의 출도착 비행편이 모두 결항됐고, 여수공항 역시 2편이 결항됐다. 목포와 여수, 고흥, 완도에 위치한 여객선 터미널에서 섬 지역을 오가는 50개 항로 68척의 배편도 통제됐다.

앞서 눈길 경사로 진입이 위험하다고 판단된 여수 이순신대교와 강한 바람으로 통행 금지된 신안 천사대교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통행이 금지됐다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해제됐다. 무등산 산간 도로인 충장사~금곡마을 구간, 제4수원지 청풍쉼터~충장사 구간, 무등산 전망대~청풍쉼터 구간 등의 통행이 금지됐고, 구례 성삼재·고산재, 진도 초평재, 완도 개기재 등이 통제되고 있다.

22일 밤, 목포시청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목포시
22일 밤, 대설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목포시청 공무원들이 인도 눈을 치우고 있다. ⓒ목포시

오전 11시 기준 광주·전남 10~25㎝ 기록…24일 오전까지 더 내려

대설특보가 내려진 광주·전남 지역에는 이틀째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다. 23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5시 기준 적설량은 전남 화순군 이양면이 19.9㎝를 기록하며 가장 많았다. 곡성군 석곡면 16.7㎝, 광주시 남구 13.8㎝, 순천시 13.6㎝, 장성군 12.1㎝, 장흥군 8.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눈은 24일 오전 9시까지 5~15㎝가량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저녁까지는 광주와 전남 전 지역에서, 이날 늦은 밤부터 24일 오전 사이에는 광주와 전남 서부를 중심으로 강약을 반복하며 시간당 3~5㎝ 내외의 매우 강한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 일부 지역은 돌풍을 동반한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광주와 전남 8개 시군(장성, 담양, 곡성, 순천, 화순, 나주, 영암, 장흥)에 대설경보가 발효됐고, 여수를 제외한 나머지 전남 시군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기온도 뚝 떨어져 25일까지 전남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0도 내외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질 것으로 예보됐다. 24일과 25일 최저기온은 영하 11도~0도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담양, 화순, 구례, 곡성 등 전남 4개 시도에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한파주의보가 발령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