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준 낮춘 尹정부에 웃는 재벌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6 14: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정부서 재벌 승계 가속화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준을 크게 낮추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재벌가의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상증세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개정안에 ‘사업 부문별로 회계를 구분하여 기록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 사업 부문별로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및 세후 영업이익 등을 계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는 점이다.

기존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세액은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부거래 비중(30% 초과)과 총수 일가 지분율(3% 이상)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법인의 사업부별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세를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까지 수출 목적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시행령에 추가할 계획이다.

상증세법 개정안은 그동안 ‘재벌 특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재위가 상증세법 개정안에 반대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재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입장을 선회했다. 지속적으로 여야 의원들의 상증세법 개정안 발의와 업계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개편안 마련의 배경으로 밝혔다.

실제 상증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벌들 상당수는 상당한 수혜를 입게 된다. 현대모비스 대주주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20년 일감 몰아주기 전체 과세액 1542억원 중 60%를 상회하는 947억원을 부담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라 사업 부문별로 과세가 이뤄질 경우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 비중이 높은 AS 부문을 제외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모듈·부품사업 부문 만을 과세 대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기준 AS 부문과 모듈·부품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681억원과 780억원이다.

여기에 향후 수출 목적의 부품 공급 거래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과세 부담에서 한층 자유롭게 된다. 현대모비스 내부거래의 대부분이 최종적으로는 수출용 부품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친기업 성향의 윤석열 정부에서 재벌 승계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상증세법 개정안 외에도 다양한 재벌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조직 개편에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일감 몰아주기 등 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는 기업집단국 소속 지주회사과를 폐지·축소했다.

공정위는 최근 내부거래 규제를 받는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기도 했다. 또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보지 않는 예외 대상도 이전보다 2배 가량 확대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