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강력 대응? 北 무인기에 구멍 뚫린 방공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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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영공 침범…경기 일대 민가까지 내려와
軍, 전투기 등 대응했으나 격추 실패…책임론 대두될 듯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북한 무인기 수 개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으나 격추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되레 대응 비행에 나선 우리 경공격기만 사고로 추락했다. 북한 무인기가 경기 북부 민간 지역까지 비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도 방공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북한 무인기들은 경기 김포·파주와 강화도 일대로 넘어왔으며, 여러 대가 각기 다른 형태의 항적을 보였다. 일부는 민간인과 마을이 있는 지역까지 내려왔다.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군은 미상 항적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포착한 후 이를 무인기로 식별하고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여러 차례 했다. 이후 공군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 대응 전력을 투입했으나, 격추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되레 대응 과정에서 아군 전력만 손실을 입었다. 이날 오전 11시39분 대응작전을 위해 투입된 KA-1 경공격기가 이륙 중 추락했다. 추락한 경공격기엔 조종사 A(27)씨와 B(25)씨 등 2명이 탑승해 있었으나, 무사히 비상 탈출했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24일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무인기에서는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을 촬영한 사진이 발견됐다. 특히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비행한 것이 드러나며 논란이 인 바 있다.

2015년 8월에는 경기 화천 MDL 남쪽 상공을 북한 무인기가 여러 차례 침범했다. 2016년 1월 경기도 문산 지역에서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어왔다가 군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하자 북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2017년 6월9일에는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 무인기는 MDL을 넘어온 것은 물론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가서 일대를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무인기 침범이 10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우리 군이 대응 태세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우리 방공망 및 무인기 대응 시스템 큰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다만 합참은 정찰자산을 투입해 상응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유·무인 정찰자산을 군사분계선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해 북한 무인기의 침범 거리에 상응해 운용하면서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활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최초 미상 항적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 이북에서부터 포착한 후 절차에 따라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실시했고, 항적 추적 및 격추자산을 운용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합참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대해 앞으로도 우리 군은 충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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