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선박용 엔진 제조사인 STX중공업 인수를 추진한다. 최근 인수를 확정한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15일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실사를 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국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로 인수가는 1000억원대 초반이 거론된다. 앞서 파인트리파트너스는 2018년 STX중공업 지분 67%를 987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과 조선 기자재 생산이 주요 사업 목적이다. 실사 이후 본입찰을 거쳐 오는 내년 2월 중순경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매각 측은 내년 1분기 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한화그룹의 최대 경쟁상대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이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의 시너지를 위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 국내 사모펀드 2~3곳이 인수전에 참여해 실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49.3%)에 오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투입되는 비용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대규모 M&A 직후 추가 인수에 나선 건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엔진과 이중연료(DF) 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에 강점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박용 저속엔진 부문에선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와 HSD엔진에 이은 글로벌 3대 사업자이기도 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다. 대우조선해양 특히 지난 3분기 STX중공업의 최대 매출처(27.21%)에 오르기도 했다. 한화가 STX중공업까지 품에 안을 경우 선박(대우조선해양)에서 엔진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셈이다.
또 선박 건조역량을 강화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최근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에 분산됐던 방산사업을 통합한 바 있다.
여기에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연이은 M&A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STX중공업은 2018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2020년을 제외하면 연간 흑자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2분기와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STX중공업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