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권주자 합종연횡 속…‘김장연대’ 맞수는 ‘이유연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7 16: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현, 장제원과 ‘김장연대’ 공식화…친윤계 결집 가능성
비윤계, 유승민 출마 시 이준석과 결합 가능성 주목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rule·규칙)과 일정이 확정되면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 간 합종연횡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이 중 여권의 관심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에 쏠리는 모습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손을 잡는다면 친윤계 ‘당심’이 이들에게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연대’를 향한 경쟁자들의 견제가 집중되는 가운데 비윤석열계가 ‘이유연대’(이준석+유승민 연대)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입지가 불안해진 두 사람이 전당대회를 발판 삼아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김장 다 담갔다”…활동 시작한 ‘김장연대’

김기현 의원은 27일 ‘김장연대’를 공식화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 회견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장연대를 공식화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장은 다 담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보기에 풍성한 식단을 만들고, 국민의힘을 사랑받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당내 세력과 잘 소통하고 통합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장연대’의 확장 가능성도 시사했다. 당내 잠재적인 대권 주자나 다른 경쟁 후보와의 합종연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차츰 (김장연대가) 뭐하는지 가시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세력 확장을 위해 접촉한) 상대방 동의 없이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동안 물밑에서 뭘 많이 했구나, 물길질을 정말 많이 했구나 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룰이 ‘당원투표 100%’로 변경된 상황인지라, 친윤 그룹 간의 동맹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김장연대’를 향한 경쟁자들의 견제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총선 승리 전략 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세력 확장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의원은 2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김장연대’에 대해 “총선 승리 전략과 당의 개혁 방안 등 비전을 먼저 말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며 “이런 언급 없이 연대에 너무 집중하게 되는 모습들이 썩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저런 연대론이 나오는데 그건 자신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며 “진정한 연대는 필승의 연대인 윤당연대(윤상현·당원 연대)”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선 긋기에도…전대 영향력 여전

여권 일각에선 ‘김장연대’가 공식화한 이상 친윤 주자들 간 ‘교통정리’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핵관’ 장 의원이 김 의원을 돕기로 했다는 것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김 의원에게 쏠린 것이란 해석에서다. 현재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친윤 의원들이 당권 도전을 포기하고 ‘김장연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비윤계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전당대회 룰이 ‘당원투표 100%’로 변경된 후 친윤계 주자들 간의 연대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판이 비윤계에게 불리하다. 그나마 출마가 가장 유력한 비윤계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2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대표에 출마하고 당대표가 된다면 혁신과 변화, 20년 전 국민의 힘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국민의 힘을 만들겠다”면서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가장 큰 약점으로 ‘부족한 세(勢)’가 지목된다. 차기 당 대표가 공천권을 지닌 상황에서 ‘승률’이 낮은 유 전 의원에게 배팅할 의원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당내 강성 지지층은 여전히 유 전 의원을 ‘배신자’라 부르는 상황. 이에 여권 내에선 유 전 의원의 산적한 숙제를 풀 수 있는 열쇠로 이준석 전 대표가 언급된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정치적 ‘깐부’(동지)로 불린다. 바른정당 시절부터 개혁보수의 길을 함께 걸었고, 이 전 대표는 과거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및 은폐 의혹’에 휩싸인 후 당원권이 정지됐다. ‘김장연대’처럼 유 전 의원과의 연대를 공식화할 수는 없는 셈이다. 이 전 대표 역시 22일 고려대에서 열린 강연 뒤 기자들을 만나 “(유 전 의원과의 연대는) 전혀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비윤계 내부에서는 ‘이유연대’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이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와 SNS 등을 앞세워 장외에서 유 전 의원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규합한 2030세대 당원이 적지 않은 상황인지라, ‘이유연대’가 현실화할 시 ‘김장연대’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끌어모은 2030 젊은 당원들이 친윤 의원들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 (유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결국 유 전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게 될 것”이라며 “친윤계 당심이 과잉대표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지지하는 샤이(shy) 지지세력도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유연대’가 당장의 당권이 아닌 차기 대권에서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당권을 회복하고 총선에서 재기한다면, 유 전 의원과 ‘비윤 텐트’를 구성할 것이란 추측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유 전 의원이 물론 당권 경쟁에 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더라도 비윤계의 좌장으로 남으면 된다”며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크게 흔들리면 차기 대선 경선 때 유력 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