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 사태’ 김봉현 2020년 녹취 “김오수하고 문무일 통해서 검찰 일을 계속 본 거야”
  • 조해수·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6 10:05
  • 호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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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력 정황 나와...“검찰 친구가 더 급해 갖고 난리를 치더라고”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1억6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이 기소된 가운데, 김 전 회장이 ‘로비를 했다’고 언급한 검찰 출신들에게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이 ‘술접대’를 했다고 밝힌 검사 3명은 아직 징계를 받지 않았고, 김 전 회장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검찰총장 역임) 역시 기소되지 않았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 식구 감싸기”, “보복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왼쪽)문무일 전 검찰총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시사저널 최준필· 박은숙
(왼쪽)문무일 전 검찰총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시사저널 최준필· 박은숙

“김오수하고 통화한 근거도 있어”

시사저널은 김봉현 전 회장이 측근과 나눈 2020년 3월20일과 4월20일 전화통화 녹취파일을 단독 입수해 같은 해 11월 연속 보도했다. 녹취파일에는 김 전 회장의 육성으로 로비에 대해 자세히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녹취파일에 나오는 기동민·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갑수 전 열린민주당(민주당 전신) 부대변인은 2월23일 모두 기소됐다(<[단독]‘라임 사태’ 김봉현 2020년 녹취 “야당(국힘)은 빼고 여당(민주당)만 다 조져 버릴 테니까”> 기사 참조).

녹취파일에는 문무일 전 총장, 김오수 전 차관과 관련된 내용도 나온다. 김봉현 전 회장은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고려대 인맥과 법조 브로커 ‘고○○’을 통해 문 전 총장과 김 전 차관에게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강세 전 대표는 김봉현 전 회장과 공모해 스타모빌리티 자금 19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특히, 이번 정치인 로비 사건에서도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김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됐다.

김봉현 전 회장 : (이강세 전 대표의) 고려대 인맥이 누구누구냐면 저, 저 뭐냐 문무일 총장. 응? 고대.

측근 A씨 : 예.

김 전 회장 : 아 이번에도 저 라임 일도 광주에 고○○이라고 있어, 고○○.

A씨 : 예.

김 전 회장 : 검찰 브로커야, 걔. 걔 통해서, 김오수 차관하고 그 고○○하고 굉장히 막역해. 그러니까 그 문무일, 고○○ 라인 통해서 검찰 일을 계속 본 거야. 나한테 돈 주면 계속 받고. 그리고 저 뭐야 저 선거 때 그러니까, 이번 인사 때도 뭐냐 고○○이 통해서 검찰에 인사를 또 청탁할라고 했어. 김오수하고 통화한 근거도 있어. 뭐 이제, 이제 법무부 차관.

문무일 전 총장과 이강세 전 대표는 광주 무진중-고려대 동기다. 김봉현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B씨는 2020년 3월경 “문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선임되기 전, 친구인 이강세와 필리핀 클락의 리조트에 여행을 갔는데 그 비용을 김 전 회장이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외-필리핀 클락 리조트에 여러 번 갔는데 접대 목적-문무일 총장, 고○○ 2명”이라는 기록을 시사저널에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11월 당시 문무일 전 총장은 “이강세 전 대표와 친구 사이인 것은 맞지만 총장 재직 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면서도 필리핀 여행과 관련해서는 “직접 출입국관리기록을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최근 다시 연락을 취했으나, 문 전 총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문무일 전 총장, 김오수 전 차관에 대한 로비에는 광주 출신으로 보이는 ‘고○○’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은 당시 시사저널에 “고○○은 나와 검찰 동기인 이○○ 변호사의 중학교 동기다. 이 변호사의 소개로 만난 사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면서 “김봉현이라는 사람은 전혀 알지 못한다. 나를 왜 언급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봉현 로비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만 말했다.

녹취파일에는 김봉현 전 회장이 도주 시 검찰 측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도 나온다.

김봉현 전 회장 : 여기서 버티다가 걸리면 진짜 인생이 X되는 것 같애. 지금 얼마 전부터 형 검찰 친구가 지금 더 급해 갖고 난리를 치더라고. (해외로) 나가라고. (검찰 친구가) 이 상황에 지금 걸리면 인생 거덜나는디, 걸려야겠냐고 난리를 쳐야(치더라), 형한테. (검찰 친구가) “잠이 안 온다고, 니 생각만 하면”(이라고 하더라) 응?

A씨 : 예.

김 전 회장 : 나가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애. 형 나가면 신분증, 지금 형 신분증 벌써 만들기 시작했다. 여권도. 형 먹히면 니 것도 만들 거니까. 나가면 어쨌든 신분세탁을 해 갖고 돌아다녀야지.

 

검찰 “수사·징계 여부 말해줄 수 없다”

김봉현 전 회장은 2020년 10월경 옥중 편지를 통해 ‘전·현직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경우,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2021년 8월 ‘검사들이 부적절한 술자리에 참석했다’면서 나의엽 검사에겐 면직, 유효제 검사에겐 정직 3개월, 임홍석 검사에겐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각각 내렸다.

그런데 지난 1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 검사 3명의 징계 여부를 질의한 결과, 법무부는 “현재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다만 “검사징계법 제24조에 따르면, 징계 사유에 관해 기소된 때에는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심의를 정지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3명의 검사 중 나의엽 검사만 기소됐는데, 나 검사에 대한 징계는 관련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유예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머지 유효제·임홍석 검사의 징계 절차를 중단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 역시 “수사나 징계와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검사 3명 중) 2명은 밴드 부르기 전에 나가서 96만2000원어치만 먹었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서 “(당시의) 상황을 폭로하게 만든 (김봉현의) 변호사를 (검찰이) 위증교사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잡으러 다니는 상황이다. 지금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는 술접대를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수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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