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멕시코로 간 까닭은?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0: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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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도요타 등 미국 진출 교두보로 멕시코行
테슬라 기가팩토리 완공되면 한 해 100만 대 생산 가능

최근 미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는 멕시코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멕시코 북부에 위치한 누에보레온주의 산타 카탈리나에 들어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텍사스주에 위치한 기존 공장에 비해 약 70% 확장된 17㎢ 면적에 들어설 예정이다. 테슬라의 멕시코 투자는 초기 단계에 50억 달러 규모지만 점차 증가해 최종적으로는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 인원 역시 5000~1만 명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 정부는 이런 투자를 통해 조만간 멕시코 공장이 전체 테슬라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가 멕시코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멕시코에 자동차와 관련된 산업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으며, 미국 수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314만 대로 독일(330만 대)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2019년의 경우 멕시코는 398만 대를 생산해 395만 대를 생산한 우리나라를 앞지르기도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멕시코는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나라인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EPA 연합

멕시코, 한때 생산량에서 한국 앞지르기도

멕시코 자동차 산업은 1930년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멕시코시티에 조립공장을 설립한 이후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멕시코는 수입대체 전략을 통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자동차 산업 역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멕시코 정부는 ‘국유화’와 ‘멕시코화’라는 두 가지 주요 전략을 통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통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본격화했다. 1962년 멕시코 정부는 완성차 수입을 금지했으며, 국내 조립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국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했다. 1973년에는 자동차 부품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율을 40%로 제한했고, 1977년에는 자동차 가격의 60%에 해당하는 부품에 대해 멕시코산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별 공장별로 최소 3개 이상의 모델을 생산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작은 국내시장과 너무 많은 모델로 인해 수익성은 낮아졌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었다. 한때 19개에 이르던 멕시코의 자동차 조립공장 가운데 11개가 문을 닫았다. 나머지 공장들은 모두 1965년 활동하던 6개 생산업체 가운데 살아남은 5개 생산업체 소속이었다.

멕시코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1965년 멕시코는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민간 주도형 공업화 계획인 국경산업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흔히 ‘마킬라도라 프로그램’이라고 알려진 이 구상은 원료, 부품 및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면세로 도입하고 멕시코의 저임 노동력을 이용해 조립한 후 중간재 및 최종 생산물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와이어링 하네스와 같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저부가가치 제품들을 이곳에서 공급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미국 자동차 산업의 OEM화에 따라 멕시코는 점차 자동차 부품 생산거점으로 변화했다.

멕시코의 경제 및 무역정책은 1982년 이후 대폭 바뀌었다. 1982년 외환위기로 인해 IMF와 멕시코 정부는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를 인하하고 수입대체 전략을 해제했다. 멕시코 정부는 1983년 자동차 산업 육성 및 현대화 법령을 통해 자동차 산업 정책을 전환해 규제를 폐지하고 100% 외국인 소유를 허용했다. 이후 1986년 GATT 가입과 페소화에 대한 평가절하로 멕시코산 자동차는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은 평균 13.4% 성장했다.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될 무렵에는 1983년의 28만5000대에서 106만 대로 증가했고,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4%에서 1991년 12%, 1997년 15%로 상승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는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 대규모 엔진공장을 건설했다. 접경지역인 멕시코 북부 고아후일라의 임금은 멕시코시티의 20% 수준인 90~98달러였으며, 노동조합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멕시코 마킬라도라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급성장했다. 1993년이 되자 122개 공장에 전체 고용 인원의 16.5%인 9만 명이 종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은 NAFTA 체결로 크게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멕시코에서 제작된 자동차가 미국에 면세로 수출되기 위해서는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산 부품이 62.5%는 돼야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멕시코는 EU와의 FTA 체결을 통해 유럽 자동차 관련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미국과 유럽 모두에 무관세로 수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PA 연합
테슬라가 최근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에 연간 100만 대 생산 규모의 기가팩토리 건설을 결정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기가팩토리 개장식 모습ⓒEPA 연합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풍부하게 보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두 단계로 증가했다. 1993년과 2000년 사이에 100만 대에서 200만 대로 두 배 증가했고,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다시 두 배로 증가하면서 400만 대에 도달했다. 1990년대 NAFTA 체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재편을 가져왔다. 미국 GM과 크라이슬러는 미국 내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 생산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일본 및 유럽 업체들의 멕시코 진출도 이 시기에 집중됐다. 2010년 이후 일본의 마쓰다, 닛산, 혼다, 도요타 등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했다. 우리나라 기아자동차도 이 무렵에 진출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의 아우디, 벤츠 및 BMW도 멕시코에 공장을 신규로 건설하거나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형태로 멕시코에 진출했는데, 모두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낮은 임금에 기초하고 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할 때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미국의 8분의 1에 머무르고 있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약점은 세계 7위의 자동차 생산국가지만 자국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중심으로 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진입장벽을 고려할 때 멕시코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쉽게 새로운 기업의 진출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테슬라의 멕시코 진출은 멕시코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멕시코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풍부하게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멕시코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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