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입 밖으로 음식물이 역류한다면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3:05
  • 호수 17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식도증’ 의심…합병증 유발 우려도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구토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토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 너무 빨리 많은 양의 사료를 먹었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을 먹은 경우다. 하지만 이런 식습관이나 먹은 음식에 상관없이 먹고 나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입 밖으로 역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거대식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거대식도증은 그 이름처럼 식도가 거대하게 확장돼 있는 질환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식도는 음식을 먹었을 때 신경이 자극돼 음식물을 위로 넘기기 위해 연동운동을 한다. 하지만 거대식도증에 걸린 개의 경우 이런 식도 근육의 연동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음식물이 위로 넘어가지 못하고 축적된다. 이렇게 쌓인 음식물로 인해 식도가 확장된다. 음식이 넘어가지 못하고 식도에 축적된 상태에서 음식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더 이상 저장되지 못하고 그대로 입 밖으로 역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대식도증 증상은 위식도 자극에 의해 복부를 꿀럭거리며 고통스럽게 음식물을 게워 내는 구토와는 구분된다.  

거대식도증 원인은 크게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중증근무력증에 걸리면 거대식도증 증상을 나타내지만, 대부분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가 많다. 거대식도증이 자주 나타나는 품종은 셰퍼드, 슈나우저, 폭스테리어, 골든 리트리버 등이다. 이 질병에 걸리면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이 줄고 쇠약해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침을 흘리거나 입냄새가 심하게 나기도 한다. 

ⓒfreepik
ⓒfreepik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유의해야  

거대식도증이 의심되면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 조영제 복용 후 촬영하면 좀 더 명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진단하더라도 다시 식도의 연동운동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다만 거대식도증으로 인한 합병증과 영양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섭식한 음식이 충분히 소화기로 넘어가지 않으니, 충분한 열량 섭취를 위해 고칼로리 사료를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식도의 연동운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넘기기 용이한 유동식을 주는 것이 좋지만, 연하가 약해져 있는 경우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폐렴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자세에서 사료를 먹으면 제대로 넘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거대식도증에 걸린 개의 경우 앞발을 단상이나 계단에 걸쳐 주둥이가 45도 정도 위로 향한 상태로 밥을 먹도록 하면 부족한 식도의 연하 작용을 중력이 보완해 음식물이 넘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