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론’으로 갈라진 민주당, 봉합 열쇠는 ‘지지율’?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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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측근 사망에 비명계 ‘도의적 책임’ 분출…친명계 “일부의 주장” 일축
李 ‘인적쇄신’ 거론에 ‘미봉책’ 지적도…野일각 “총선 전 지지율 관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에 이어 과거 비서실장의 사망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당내 책임론 공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검찰의 압박 수사 프레임 속에서 이 대표 사퇴를 직접 언급하기 주저하던 인사들마저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나둘 화력을 더하고 있다. 사퇴 대신 정면 돌파를 택한 이 대표는 당 수습을 위해 다양한 ‘인적쇄신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당내 셈법이 분분해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의 사망 소식이 보도된 직후 당 안팎 비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이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해영 전 의원 역시 SNS에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김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SNS에 올린 글에서 더 보탤 말이 없다”면서도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세에 친명계 의원들은 일제히 이 대표를 비호하고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3일 당내 이 대표 사퇴 목소리는 “일부의 주장”이라며 “당대표 사퇴시킨 후 비대위를 꿈꿨다면 헛물 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남국 의원 역시 “(이 대표 사퇴 요구는) 곁가지를 건드리는 것”이라며 사안의 본질인 검찰의 강압수사 비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인적쇄신” “계파 갈등만 더 키울 것” 

당내 갈라진 주장 속 당사자인 이 대표는 사퇴 결단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양새다. 주말 사이 장외 투쟁에 나서 윤석열 정부 규탄에 목소리를 높이며 당대표로서 대정부 공세에 계속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퇴를 대신하는 당 수습책으로 이 대표가 당직을 개편하는 쇄신안을 꺼내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 대표는 최근 내년 총선 공천룰을 정하는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에 친이낙연계 등 비명계 인사들은 전면 배치하며 당 화합을 노린 바 있다. 일각에선 다음 달 무렵 실시될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분위기 수습을 시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친명계에선 인적쇄신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계 의원 측 관계자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인적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진 않고 있다. 아직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 달 원내대표가 뽑힌 이후를 쇄신 시점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5일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의 간담회에 이 대표가 참석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에서 인적쇄신과 관련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의 책임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적쇄신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의 사퇴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방안일 뿐”이라며 “지금 분위기에선 오히려 쇄신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더욱 분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결국 이 대표의 운명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지지율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대표의 책임을 물을 만큼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게 친명계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 끝났기 때문에 지지율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기에 여전히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층의 주를 이루며 당을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비명계에서도 이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는 집단적 움직임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의 승부처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며 위기감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총선모드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지지율 고전이 이어질 경우 이 대표 사퇴 압박은 배가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거취에 대해 “아직 총선이 많이 남아 있고 변수도 많아 예단하기 이른 시기”라며 “늦여름에서 초가을쯤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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