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내 세력확장 나선 中…아랍 정상들, 베이징에 모일까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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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사우디-이란 협상 중재하며 영어 배제
WSJ “중동에서 미·중 간 새로운 경쟁 예고”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 정상화를 중재한 가운데 아랍 산유국 포함 7개국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등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작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 아랍 지도자들과 만났을 때 다자 정상회의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최근 합의에 따라 상호 대사관을 다시 연 뒤 올해 안에 GCC와 이란 측이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 GCC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걸프 지역 6개 아랍국가가 지난 1981년 만든 지역 협력체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지난주 베이징에서 이란과 협상을 벌여 양국이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2개월 안에 대사관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영향력을 반영하듯 베이징 협상에 나선 당사국들은 사전에 영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문서도 아랍어, 페르시아어, 중국어로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이 매체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수십 년간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동에서 미·중 간 새로운 경쟁의 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사우디와 이란의 발표는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불확실성에 직면한 때에 중국이 안보에 더 집중하고자 중동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 간 대사관 재개 등 합의가 수십 년 묵은 양국 간 갈등을 즉각적으로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란 내에서도 강경파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이번 합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간 외교 관계를 단절한 2016년 이후에도 몇 차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전개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 경제 제재와 협상과 위협을 동원했지만 중국은 이란과 쌓아온 경제 유대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 측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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