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픽’은 없다? ‘포스트 주호영’ 노리는 ‘범윤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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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지원 받은 주호영도 ‘비윤’ 이용호에 ‘신승’
‘尹心 영향’ 제한적 관측 속…수도권 주자 후보군 물망

김기현 지도부 출범에 맞춰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양상은 전당대회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구도로 치러졌던 당대표 선거와 달리 원내대표 선거의 판세는 안개 속이다. 여권 일각에선 당대표와 최고위원 모두 친윤석열계가 차지한 반향(反響)으로 계파 색이 옅은 이른바 ‘범(汎)윤석열계’ 주자가 원내대표 유력 후보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 대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 대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연합뉴스

사무총장까지 ‘친윤’이 차지한 與지도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13일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의결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당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실무적인 일들을 많이 해 오신, 정통한 능력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인선하고 대통합 모양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중점에 두고 있다”라며 “향후 선정이 진행될 인물에 대해서도 그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인사 취지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친윤 지도부’가 출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기 총선 실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과 함께 ‘윤핵관 4인방’(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친윤계 복심이다.

여기에 초선 의원 중 ‘강성 친윤’으로 분류되는 박성민‧배현진 의원이 각각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 임명됐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당이 ‘가처분 공방’을 벌일 때 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던 유상범 의원과 친윤으로 분류되는 강민국 의원은 공동 수석대변인에 임명됐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강대식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이 됐지만, 강 의원은 이른바 ‘나경원 성토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과도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유 전 의원을 도왔던 한 측근은 “계파를 정의하는 게 모호하긴 하지만, 적어도 (강 의원의) ‘친유’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2022년 9월1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후보자와 이용호 후보자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1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후보자와 이용호 후보자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포기…“전대와 양상 다를 것” 전망도

친윤계 의원들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를 장악한 가운데 여권의 시선은 ‘당내 투톱’인 원내대표에 쏠린다. 차기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함께 내년 4월 총선 승리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을 맡게 된다.

당내에선 대세 후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현 대표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맺고 ‘윤심 후보’로 부상했던 전당대화와는 당내 상황도, 분위기도 다르다는 후문이다. 되레 ‘친윤 후보’가 불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친윤 일색’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의원들이 기존 지도부와 색(色)이 다른 인사를 원내대표로 밀 수 있단 관측에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용산(대통령실)과 합을 맞출 선수들은 이미 지도부에 모두 진입했다”며 “이제는 ‘용산의 시간’이 아니라 ‘여의도의 시간’이다.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들의 선택은 당원들의 선택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관계자도 “수도권 의원들은 ‘중도 표심’을 잡아야 승리한다”며 “원내대표 선거만큼은 친윤이 ‘스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비윤 돌풍’이 연출된 바 있다. 당초 주호영 원내대표가 친윤 그룹을 등에 업고 압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개표 결과 2위인 이용호 의원과의 표차는 불과 19표에 그쳤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진행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81표로, 21표를 얻은 조해진 후보를 60표 차이로 따돌렸던 것과 사뭇 다른 결과가 집계된 것이다.

이에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계파를 불문하고 다양한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4선 중에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김학용(경기 안성),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거론된다. 3선에는 윤재옥(대구 달서을), 박대출(경남 진주갑),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당 지도부에선 ‘투톱’을 모두 친윤으로 채워 완벽한 ‘원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현→권성동→주호영’으로 이어지는 친윤 원내대표의 배턴을 비윤 인사가 받게 되면 ‘공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장제원 의원을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친윤계 일각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지만, 장 의원 본인이 고사했다.

한편, 작년 9월 선출된 주 원내대표가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4월8일)까지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당초 원내대표 선거는 4월 초에 치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와 카운터파트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한 뒤 동반 사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내에서 이견이 없을 경우 선거일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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