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만 ‘원 포인트’ 제거? 김기현式 ‘연포탕 정치’의 속내는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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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도부, 安에겐 “함께 가자” 李에겐 “같이 못 간다”
친이준석계 불만 증폭…의도된 ‘非尹 갈라치기’ 분석도

“우리는 하나다. 똘똘 뭉쳐 총선 압승을 이루자.”

지난 8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당선을 확정짓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경선은 끝이 났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며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통합’을 외친 김 대표, 그러나 당내에선 경선 후유증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른바 친윤석열계가 포진한 당 지도부가 앞 다퉈 ‘이준석계와 함께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면서다. 김 대표가 함구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당이 이른바 ‘안생이사’(安生李死) 전략을 펴고 있단 관측도 나온다. 김기현 지도부가 안철수 의원만 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당내 비윤석열계의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이종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이종현

與지도부, 안철수는 ‘OK’ 이준석은 ‘NO’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13일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의결했다. 정치권에선 ‘친윤 지도부’가 출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기 총선 실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과 함께 ‘윤핵관 4인방’(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친윤계 복심이다.

여기에 초선 의원 중 ‘강성 친윤’으로 분류되는 박성민‧배현진 의원이 각각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 임명됐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당이 ‘가처분 공방’을 벌일 때 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던 유상범 의원과 친윤으로 분류되는 강민국 의원은 공동 수석대변인에 임명됐다.

친이준석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다.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은 ‘앙숙들’이 당의 실세가 됐다. 김기현 대표, 조수진 최고위원, 김재원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도 이 전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다. 실제 이들 모두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이준석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BBS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 이 전 대표에 대해 “사람이 잘 안 바뀌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겨냥해 “당이 잘 되기를 바라고 하는 쓴소리를 훨씬 넘어 상당히 문제 있는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성 상납 문제’도 재차 거론되는 모습이다. 친윤계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재 이 전 대표가 성 상납 문제 무고죄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후 (이 전 대표 포용에 대해)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를 ‘친윤 지도부’의 ‘비윤계 공격’으로 정의하기도 어렵다. 당 지도부는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온 안철수 의원과는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안 의원은 경선 기간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김 대표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안 의원을 ‘당의 자산’, ‘동지’라고 치켜세우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는 안고 가고 이준석은 버려야 한다’는 당내 의견에 대해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 겸허하게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수용하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나아가자, 이게 저는 정치의 기본적인 정석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자꾸 다른 길의 방향성으로 가다 보니까 진짜 윤석열 정부 성공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거냐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 거친 메시지들이 나올 수 있다”며 “지금은 전당대회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었던가를 조금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며 이 전 대표를 포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일각 “의도된 분열책” 분석도

김기현 대표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날선 비판은 삼가는 모양새다. ‘화합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안철수 의원과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모두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3일 김 대표를 만난 안 의원과 달리 천 위원장은 회동을 에둘러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지도부가 ‘이준석계와는 함께 갈 수 없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일종의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 일각에서는 김기현 지도부가 철저한 ‘이준석 고사 작전’을 펴고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최근 당내 상황을 두고 “한마디로 ‘안생이사’(安生李死)다. 안 의원만 살리고 이 전 대표는 날리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이 전 대표를 보고 ‘먼저 굽히고 들어오라’는 것인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이게 ‘길들이기 정치’이지 무슨 ‘연포탕’ 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기현 지도부가 이 전 대표를 포함한 당내 개혁세력을 모두 등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위원장(14.98%)이 적잖은 득표를 거뒀기 때문이다. 안 의원(23.37%)과 천 위원장의 득표를 합산한 ‘당심’이 40%에 육박한다. 이 중 안 의원만 품고 간다면 산술적으로 15%가까운 ‘당심’을 등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기현 지도부가) 일종의 (비윤계)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겉으로는 ‘연포탕’이지만 사실상 ‘흡수 전략’을 펴는 모습”이라며 “지도부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친이준석계를) 무력화시키는 작업을 하려고 할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후보는 15%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고 나머지 후보들도 10% 안팎의 지지율을 얻어 만만치 않은 세력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는 김 대표가 말한 ‘탕평’의 의미도 효과도 퇴색된다. ‘윤석열 친정 체제’만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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