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한국당 우려”…與 ‘우클릭’ 행보에 중도 이탈 비상등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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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서 수도권·2030 등 與 이탈 조짐
‘강제동원 배상’ 여파에 김재원 ‘5·18 발언’까지…“외연 확장 원점으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 대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 대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외치며 ‘다양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당정이 강성 보수로 일체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여권의 계속되는 우클릭으로 중도층은 물론, 일부 보수층 이탈이 일어나 ‘도로 자유한국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짙은 수도권과 2030세대에서의 이탈 조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3월2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전체 38.9%를 기록한 가운데, 부정평가가 가장 크게 오른 지지층은 2030 세대(20대 13.0%포인트, 30대 11.3%포인트↑)였다. 국민의힘 지지도(41.5%)도 2030세대(20대 6.5%포인트↓ 30대 6.6%포인트↓), 그리고 서울(4.2%포인트↓)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서 10일 발표된 3월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들의 이탈 흐름이 거셌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34%로 나타난 가운데, 20대 19% 30대 13%로 모두 10%대를 기록했다. 서울(29%) 인천·경기(33%) 등 수도권 지지도도 전주 대비 크게 떨어져 평균치를 밑돌았다. 국민의힘 역시 서울과 20대에서 하락세가 컸다.

여론조사기관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세 원인으로 우선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 발표 영향을 꼽았다. 강성 보수 진영에서 환영할 만한 정부의 배상안 내용이 특히 중도 성향 민심에서 거부감이 크게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김재원 최고위원의 이른바 ‘5·18 발언’은 이러한 여권의 분위기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김 최고위원은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을 해 5·18 정신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뉴라이트 성향의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꺼내 극우적 색채를 덧칠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며 여권의 극우 이미지가 쌓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영호 최고위원이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는가 하면, 안철수 의원의 과거 신영복 교수 조문 논란이 벌어지는 등 색깔론이 전당대회를 내내 혼탁하게 했다.

극우 유튜버 인사 다수가 직접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일찍이 컷오프됐지만 이후 꾸준히 자신의 세를 과시하며 선거판을 흔들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극우 세력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대거 가입해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자연히 극우 세력을 의식하게 되면서 점점 더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우클릭일변도’로 인해 당이 이미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중도층 확장에 몰두해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그동안 보수 정당이 자주 활용해 온 색깔론과 선을 긋고 본격적인 체질 변화를 도모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 유입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이 결국 팽팽했던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친윤 강성 보수 성향의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서 이러한 중도보수 성향의 ‘새 집토끼’들이 다시 당을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전후로 이준석계 등 개혁 보수를 배제하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개혁 성향의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난 1~2년 당이 공 들여온 외연 확장 노력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다”며 “당내 너도나도 총선 수도권 승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오히려 말과 행동은 그 반대로 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꼬집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당 지도부가 당장 눈에 띄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강성 지지층에 휩쓸리고 있다”며 “그래서 김재원 최고위원처럼 ‘이런 발언을 해도 별 문제없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지금 당장 크게 눈에 보이진 않지만 중도층은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가 총선 앞두고 아주 매섭게 외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3월6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진행. 응답률 3.4%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3월8부터 9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 응답률 9.5%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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