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령문’ 의혹 확산에 민주노총 “실체 내놓고 공격하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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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북한, 尹 퇴진 구호 담은 지령문 하달”
국민의힘, 즉각 “간첩 노조…종북 세력 척결” 비판
민주노총 “허무맹랑…실체 공개도 않고 언론플레이 먼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 원내대표, 이철규 신임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 원내대표, 이철규 신임 사무총장. ⓒ연합뉴스

민주노총 관계자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북한의 지령문이 확보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해 민주노총은 “대응할 가치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지령문이라는 것의 실체라도 내놓고 사실관계를 따져보자”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은 지난 1~2월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지령문을 발견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이태원 참사 후 진행된 집회에서 등장한 ‘퇴진이 추모다’ ‘국민이 죽어간다’ 등의 구호가 이 지령문에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가 나온 후 국민의힘에선 즉각 민주노총을 향한 맹공을 쏟아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SNS에 관련 보도를 전하며 “우리 당의 모든 당력을 모아 종북 간첩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국내 세력이 버젓이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국내 종북세력 척결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 제적한  ‘종북노조의 하루’ 포스터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에서 제작한 ‘종북노조의 하루’ 포스터 ⓒ국민의힘 홈페이지

이어 국민의힘은 공식 SNS계정과 홈페이지 카드뉴스 게시판에 민주노총을 겨냥한 ‘종북노조의 하루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올리며 공세의 화력을 더했다. 포스터엔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대북 충성 맹세문을 작성하고 11시부터 2시까지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치는 등의 일정이 적혀 있다. 밤 12시부터 새벽 7시까지는 평양에 가서 냉면을 먹는 꿈을 꾼다고 비꼬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의도적인 언론플레이”이자 “노조 때리기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한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1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입수했다는 북한의 실체문을 먼저 공개하고 공격을 하든 비판을 하든 하는 게 순서상 맞지 않느냐”며 “압수수색 당사자는 물론 민주노총 차원에서 지령문이라는 것에 대해 확인된 바도 없고 국정원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사실관계를 따지자”고 비판했다. 이어 “대응할 가치가 없어 논평 하나만 내고 말았는데 여당과 보수 언론이 주고받으며 이슈를 띄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북한의 지령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토론하지 않고는 아무런 집행도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이라며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북의 지령이라는 게 ‘윤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라는 황당한 내용인데 “민주노총은 오히려 대통령 퇴진 움직임과는 거리를 둬 왔고 직접 정권 퇴진을 외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나온 윤 대통령도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 메시지와 관련해 “대공수사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정부 여당의 노조 때리기를 이어가려는 흐름의 일환으로 북한의 지령문 공세를 펼치는 것 같다”며 “그들이 짜 온 프레임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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