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태도에 尹정부 ‘명운’ 달렸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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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6~17일 일본 실무방문…셔틀외교 12년 만 복원
日, 강제징용 배상 ‘화답’ 기대…성과 없을 시 역풍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의 경제‧군사 협력 방향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한‧일 갈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기대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한‧일 정상회담 성과에 윤석열 정부 ‘명운’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등 ‘선물 보따리’를 일본에 먼저 건넨 가운데 일본 정부가 상응하는 조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책임 내가 진다”는 尹대통령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측근들에게 ‘한‧일 문제’를 정부의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제징용 제3자 변제’를 밀어붙인 배경에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주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야권이 이걸(강제징용 제3자 변제) 물고 늘어지면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의 생각이 워낙 완고했다. 한‧일 문제는 누군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자 대선 출마 이유”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은 15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 인터뷰 기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본 요미우리신문 취재진과 만나 1시간20분가량 인터뷰를 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는 두 나라 공통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징용 문제 해법을 두고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윤 대통령 인터뷰에 발맞춰 회담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내일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며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교류의 재개이자 한·일 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돈독한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사저널이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3월7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응답자의 59.5%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양선영 디자이너
시사저널이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3월7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응답자의 59.5%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양선영 디자이너

한‧일 관계 복원 기대감 속 ‘역풍’ 우려도

한‧일 정상은 ▲강제징용 문제 ▲셔틀외교 재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 여러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문제와 지소미아에서 한국이 한 발 ‘양보’하고,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해제 및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 및 배상의지를 밝히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다만 논의가 어떤 ‘결론’으로 이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회담 주요 의제들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한국 기업들의 기금 참여를 통한 ‘제3자 변제안’ 발표 뒤에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발표는 전무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정부가) 배상 해법을 발표했고 후속조치가 관계 부처 간에 긴밀히 논의 중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 정부가 전향적이지 않은 ‘모호한 입장’을 발표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가 도출될 경우 정부‧여당에 ‘역풍’이 불 수 있단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일 외교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회담 한 번에 모든 문제가 풀릴 리는 없다”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국익에 ‘플러스’가 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일 외교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도 윤석열 정부에겐 숙제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3월7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3자 변제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9.5%로 나타났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비중은 ‘찬성’(37.8%)보다 20%포인트 가량 높았다. 최근 윤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정책 방향을 두고 ‘친일 행보’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이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64.1%로 집계됐다. 이와 반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4.0%를 차지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현재 한‧일 외교는 우리 정부가 먼저 컵에 물을 반 채워 넣고, 일본 정부가 마저 반을 따르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체면을 세워준 만큼 일본 정부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되레 (정상회담 뒤) ‘사과는 없다’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등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정부의 ‘외교 완패’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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