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작자 패싱’검정고무신 4기, 제작사는 콘텐츠 대상 수상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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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故이우영 작가 “4기 애니메이션에 원작자 이름 빠져… 제작 알지 못했고 동의 안 했다”
문체위 이용 의원 “부처가 업체 저작권 장사에 날개 달아준 꼴”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포스터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포스터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고(故)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을 벌이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는 가운데 과거 원작자도 모르게 제작된 검정고무신 4기 애니메이션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이 작가와 소송을 벌여왔던 캐릭터 대행회사 형설이 제작했고, 콘텐츠 대상을 수상한 것도 형설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정고무신 4기 애니메이션은 2015년 콘진원장상인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을 수상했다. 문제는 해당 애니메이션이 원작자도 모르게 제작됐던 애니메이션이란 점이다. 이 작가는 과거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유튜브 등을 통해 4기 애니메이션의 제작 진행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동의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4기 애니메이션에선 원작자인 이 작가의 이름은 빠지기도 했다.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보드게임 케이스에 콘텐츠진흥원이 수여한 콘텐츠 대상 수상 내용이 표시돼 있다.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보드게임 케이스에 콘텐츠진흥원이 수여한 콘텐츠 대상 수상 내용이 표시돼 있다.

수상 이후 형설은 검정고무신 관련 각종 캐릭터 사업에 콘텐츠 대상 수상 사실을 앞세우며 홍보에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벌어들인 여러 수익들도 이 작가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콘텐츠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이 있는 콘진원이 원작자가 배제된 채 만들어 진 작품에 시상을 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분쟁 조정,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콘진원 내 공정상생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 작가의 사망 이후 최근 문체부는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해 공정상생센터를 더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용 의원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상생센터가 소송비용 지원, 컨설팅 지원을 한 횟수는 8건에 불과했다.

이용 의원은 “결과론적이지만 부처에서 상을 제작사에게 시상하며 업체의 저작권 장사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며 “다시는 저작권과 관련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창작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아울러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작가는 형설과의 불공정 저작권 계약 및 소송에 대해 언론 인터뷰와 유튜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억울함을 호소해왔으나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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