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전날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 끝에 결국 파행됐다. 이날 회의는 전날 발생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관련해 국방부 현안 보고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 파행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방위 위원들의 ‘태극기 피켓’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항의하면서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책상에 놓인 노트북에 태극기 그림과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종이를 부착했다. 전날 한·일 정상회담이 ‘굴욕외교’였다는 비판이 담긴 행동이었다.

이에 국민의힘 국방위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이 국방위와 관계없는 정치적 구호를 붙였다고 항의하며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던 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민주당이 피켓을 제거하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태극기가 무슨 문제냐’고 맞섰다.

여야 간사가 회의장 밖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끝내 평행선만 그렸고 오후 2시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오후에도 여야 간 신경전은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내리는 것을 거부했고 여당 의원들은 또 다시 항의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회의는 오는 23일로 미뤄졌다.

회의 파행 후 여야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태극기를 핑계 삼아 국방위 개의를 포기한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이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이런 굴욕적인 날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려 했던 것”이라며 태극기 피켓의 의미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늘 국방위를 빠지고 본인 재판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의 방탄쇼’를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ICBM 도발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에서 기인한 ‘갓끈 전술’ 차원의 도발이며, 민주당과 좌파연합의 죽창가 선동은 이에 대한 공조”라고 비판했다.

구민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