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범현대가인 정몽원 HL그룹(옛 한라그룹) 회장의 계열사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GCG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HL D&I 한라(옛 한라건설)와 HL만도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L홀딩스 지분 24.31%를 보유 중이다. HL홀딩스는 계열사들과 3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43.48%에 달한다. HL홀딩스는 2021년 전체 매출 7104억원 중 49.31%에 해당하는 3504억원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거래 형태별 거래 규모는 △재화의 판매 1540억원 △용역 783억원 △로열티 303억원 △기타수익 876억원 등이었다. 따라서 CGCG는 HL홀딩스가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HL홀딩스는 HL D&I와 HL클레무브, 만도브로제, HL만도,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 등 계열사들로부터 전량에 가까운 그룹 내 물류 일감을 받았다. 여기엔 물류창고 및 물류허브 운영, 물류 운송·포장, 물류 용역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HL홀딩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에서 ‘물류 내부 매출 비중이 큰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HL홀딩스는 2021년 그룹 내 전체 물류 매출 전량(788억원)을 독식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계열사는 HL만도(671억원)였다.
CGCG는 HL D&I 한라와 HL만도에 정 회장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HL홀딩스와 HL D&I 한라, HL만도, HL클레무브 등 복수의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하며 보수를 받는 지배주주에게 다른 임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건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HL D&I 한라는 올해 이사 보수 한도를 45억원으로 상정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사 8명에 실지급한 보수총액 41억1500만원 중 약 35%에 해당하는 14억6000만원을 정 회장에게 지급했다. 정 회장 다음으로 많은 보수를 받은 이석민 HL D&I 한라 대표이사(7억6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HL만도의 경우는 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원으로 상정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이사 7명에 실지급 보수 총액 46억7000만원 가운데 약 53%인 24억6000만원가 정 회장의 몫이었다. 이는 차상위 보수 수령자인 조성현 HL만도 대표보다 3배 가량 많은 액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