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CG, 정몽원 HL그룹 회장 계열사 이사 선임 반대한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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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통한 사익편취 의심…이사 보수도 과다”
정몽원 HL그룹 회장 ⓒHL그룹 제공
정몽원 HL그룹 회장 ⓒHL그룹 제공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범현대가인 정몽원 HL그룹(옛 한라그룹) 회장의 계열사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GCG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HL D&I 한라(옛 한라건설)와 HL만도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L홀딩스 지분 24.31%를 보유 중이다. HL홀딩스는 계열사들과 3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43.48%에 달한다. HL홀딩스는 2021년 전체 매출 7104억원 중 49.31%에 해당하는 3504억원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거래 형태별 거래 규모는 △재화의 판매 1540억원 △용역 783억원 △로열티 303억원 △기타수익 876억원 등이었다. 따라서 CGCG는 HL홀딩스가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HL홀딩스는 HL D&I와 HL클레무브, 만도브로제, HL만도,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 등 계열사들로부터 전량에 가까운 그룹 내 물류 일감을 받았다. 여기엔 물류창고 및 물류허브 운영, 물류 운송·포장, 물류 용역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HL홀딩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에서 ‘물류 내부 매출 비중이 큰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HL홀딩스는 2021년 그룹 내 전체 물류 매출 전량(788억원)을 독식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계열사는 HL만도(671억원)였다.

CGCG는 HL D&I 한라와 HL만도에 정 회장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HL홀딩스와 HL D&I 한라, HL만도, HL클레무브 등 복수의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하며 보수를 받는 지배주주에게 다른 임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건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HL D&I 한라는 올해 이사 보수 한도를 45억원으로 상정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사 8명에 실지급한 보수총액 41억1500만원 중 약 35%에 해당하는 14억6000만원을 정 회장에게 지급했다. 정 회장 다음으로 많은 보수를 받은 이석민 HL D&I 한라 대표이사(7억6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HL만도의 경우는 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원으로 상정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이사 7명에 실지급 보수 총액 46억7000만원 가운데 약 53%인 24억6000만원가 정 회장의 몫이었다. 이는 차상위 보수 수령자인 조성현 HL만도 대표보다 3배 가량 많은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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