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회담 앞두고 나란히 ‘美 저격’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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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패권·패도·괴롭힘 해악이 심각”
푸틴 “美,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 억제하려 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 ⓒ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 ⓒ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나란히 상대국 매체에 기고문을 실으며 반미 기조를 재확인했다.

20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매체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고 엄중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통치 모델은 없으며, 한 나라가 결정하면 그만인 국제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시 주석은 “지금 세계는 백 년간 없었던 큰 변화의 국면에 처해 있다”며 “평화·발전·협력·공영의 역사적 흐름은 막을 수 없고, 세계 다극화·경제 글로벌화·국제관계 민주화의 대세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방러 당일 보도된 시 주석의 이런 메시지는 중·러가 협력해 미국 등 서방 중심의 ‘일극체제’를 흔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서방 집단은 끊임없이 상실해가고 있는 지배적 지위에 점점 더 절망적으로 집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도박의 판돈으로 삼는다”며 역시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이중억제’ 정책을 채택하고, 미국의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제하려 하는 행태가 갈수록 횡행하고 있다”며 “국제 안보와 협력의 틀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침투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독자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정상은 기고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 및 협력 관계를 강조하면서 무역 확대 등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중·러 간의 군사협력 강화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기고문에 등장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시 주석은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썼다.

그는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공통적이고 종합적이며 협력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관을 가지고 평등하고 이성적이며 실용적인 대화와 협상을 견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해결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와 보편적 안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밝은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고, 역사적 배경과 실제 원인을 이해한 것에 감사한다”며 “위기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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