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출신 아가동산 변호인, 과거 JMS 변호 맡았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0 1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가동산의 《나는 신이다》와 JMS의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금지 가처분 대리인 동일인물 확인
언론인권센터 창립한 민변 출신 안상운 변호사...“인권 중시하는 변호사의 사이비 변론은 잘못”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아가동산 측 변호인이 지난 2001년 아가동산과 1999년 기독교복음선교회(JMS)가 각각 가처분 신청을 냈을 때도 법률대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가동산과 JMS는 《나는 신이다》에서 같이 다뤄졌지만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측 모두 방송에 반발하면서 한 사람에게 변호를 맡긴 것이다. 해당 변호인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언론·인권 전문 변호사이다.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83) 측은 3월8일 넷플릭스 한국 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와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MBC 및 조성현 PD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기순 측은 《나는 신이다》로 인해 인격을 침해당했다며 “방송을 이어갈 경우 매일 1000만원씩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김기순 측의 법률대리인은 안상운 변호사다.

안상운 변호사, 1999년 JMS와 2001·2023년 아가동산 변호

안상운 변호사는 2001년 아가동산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때도 변호를 맡았다. 상대는 아가동산의 실체를 밝히려 한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였다. 법원은 “이미 김기순의 성격·실체가 상세히 알려졌으므로 이를 다시 방영하는 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고, 방송은 결국 불발됐다.

앞서 1999년에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JMS에 대해 조명한 바 있다. JMS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작이 이뤄졌다고 보여지고 신청인의 명예훼손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요지였다. 당시 JMS측 변호인 역시 안 변호사였다. 종합하면 안 변호사는 JMS와 아가동산의 변호를 맡아 ‘1승(아가동산 가처분 인용) 1패(JMS 가처분 기각)’를 기록했다.

민변 언론위원장 출신 안 변호사는 ‘언론 잡는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언론보도로 인한 인권침해를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를 창립했다. 아가동산 김기순이 그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2015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2022년 3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에게 출소 후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입 메이플 잉 퉁 후엔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괴로운 표정으로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반(反)JMS 활동가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 ⓒ 연합뉴스
2022년 3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에게 출소 후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입 메이플 잉 퉁 후엔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괴로운 표정으로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반(反)JMS 활동가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 ⓒ 연합뉴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출연해 아가동산 김기순의 만행과 아들 최낙귀군의 죽음을 폭로한 최군의 어머니 선영례씨 ⓒ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출연해 아가동산 김기순의 만행과 아들 최낙귀군의 죽음을 폭로한 최군의 어머니 선영례씨 ⓒ 넷플릭스 캡처

JMS의 손배청구때도 변호...초대 공수처장 거론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된 법적 기본권이다. 가처분 신청을 할 때 어떤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인권을 기치로 한 민변 출신 변호사가 인권을 유린한 사이비를 대변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변호사가 방송금지를 주장했지만 1999년 송출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JMS 교주 정명석(78)의 각종 성폭행 의혹을 폭로했다. 이후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고 정명석은 대만으로 도피했다. 정명석은 대만에서도 2001년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그는 2009년 국내에서 강간치상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에 또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현재 대전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반(反)JMS 활동가이자 《나는 신이다》 주요 인터뷰이인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는 1999년 JMS의 방송금지 가처분 심문 때 안 변호사와 마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안 변호사에 대해 “JMS가 나와 내부 고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JMS를 변호했던 사람”이라며 “인권을 중시한다는 변호사가 JMS를 비호한다는 건 참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의 경우 2001년 가처분 신청 전인 1998년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폭행과 상해치사 부분은 인정했다. 다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상해치사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강민구 변호사는 “김기순이 5살에 불과한 남자아이를 찜통더위에 굶겨가며 때린 것은 팩트”라며 “이런 김기순이 인권 운운하며 언론 보도를 막는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안 변호사가 두 번째 변론을 맡은 아가동산의 가처분 신청 건은 오는 3월24일 심문을 앞두고 있다. 한편 정명석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6명은 3월13일 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불리해진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사저널은 안 변호사 법률사무소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후인 3월26일 안 변호사는 이메일로 입장을 전해왔다. 그는 “JMS와 아가동산 사건의 변론을 맡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키고 법적 구제를 돕기 위해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와 노조, 학생, 시민단체 등의 사건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대부분 언론의 잘못된 취재가 드러난 사건으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의 회복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제가 사건을 맡는 기준은 사회적인 세평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느냐의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JMS 사건의 경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대리를 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서 오히려 제가 미력하나마 정명석으로 하여금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하고 모든 소송도 취하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4억 통장·이름도 가짜…4년만에 막내린 유부남의 ‘사기결혼’ 청구서 꺼낸 日…“기시다, 위안부 합의 이행·후쿠시마산 수입 요구” [르포] ‘백종원의 마법’ 실현된 예산시장, 무엇이 달라질까 [단독]이수만, SM 매출 21억 홍콩으로 뺐다 ‘PD·통역사도 JMS 신도’ 폭탄 맞은 KBS…“진상조사 착수” ‘女신도 성폭행’ 부인하는 JMS 정명석, 검찰총장까지 나섰다 분노 번지는 서울대…학생은 대자보, 교수는 “압수수색” 꺼냈다 “덕분에 잘 고소했다” 일장기 건 세종시 부부, 법적 대응 예고 밀려나는 리커창이 시진핑 겨냥해 던진 한마디 저녁 6시 이후 금식?…잘못된 건강 속설 3가지 잠 적게 자면 ‘뇌 청소’ 기능 떨어져 치매 위험 커진다  쉬어도 그대로인 ‘만성피로’…의외의 해법 있다? 대기업 ‘평균 연봉 1억원 시대’…2억원 넘는 곳 보니 교촌치킨 가격 올린다…‘교촌 오리지날’ 1만9000원으로 넷플릭스 K콘텐츠, 봉인 풀리니 ‘승승장구’ 전두환 손자, 일가 폭로 중단 “죄인이 무슨 폭로…가족에게 사죄” 푸틴의 또 다른 전쟁범죄,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의 실상 日 원전 오염수 이대로? 한·일 관계 진짜 ‘뇌관’은 6월에? 불법 청약 브로커에 ‘수사무마’ 대가 3500만원 받은 경찰 등산, 그냥 갔다간 큰코 다친다…안전 위한 요령 3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