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신경 안 쓴다는 尹대통령, 與는 ‘좌불안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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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외교’‧‘69시간 근무’ 논란에 정부‧與 지지율 ‘동반 하락’
총선 준비하는 與는 비상…“여론 흐름 심상치 않아” 우려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당장은 윤석열 정부에 호재가 아닌 악재가 된 모양새다. ‘일본에 선물만 안겼다’는 야권 비판에 힘이 실리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여론의 반발에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윤 대통령의 ‘방패’를 자처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지지율’을 바라보는 여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한 것으로 전해진다. 5년 임기가 보장된 윤 대통령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 심판대’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 그래프’ 보지 않는 尹대통령

“의미 없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 하락’ 상황에 대해 묻자 “저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괘념치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고 오로지 국민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강제징용 제3자 변제’ 입장을 발표하기 전 일부 참모들이 ‘야권의 공세’와 ‘민심 악화’ 등을 우려했지만, 윤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강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야권이 이걸(강제징용 제3자 변제) 물고 늘어지면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의 생각이 워낙 완고했다. 한‧일 문제는 누군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자 대선 출마 이유”라고 전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한‧일 정삼회담을 성사시켰다. 지난 3년 넘게 국내 반도체 산업에 리스크로 작용했던 ‘일본산 3대 반도체 소재 수입 문제’도 해결했다. 다만 일부 참모의 우려대로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제3자 변제’를 고리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지만, 당장 만족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6.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0.4%였다. 2주 연속 긍정평가는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상승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윤 대통령 국정운영 능력에 ‘물음표’를 띄운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코앞인데…‘민심’이 두려운 與

‘민심’에 이상신호가 감지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태연한 모습이다. ‘친일 외교’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는 야권을 향한 ‘역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를 두고 민주당의 거짓 선동과 극언, 편 가르기가 금도를 넘고 있다”며 “닥치고 반일팔이가 민주당의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도 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도 ‘뚝’ 떨어지고 있어서다.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46.4%, 국민의힘 37.0%, 정의당 3.7%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도는 3.8%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4.5%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 지지도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 1월4주차 조사 때 이후 7주 만이다.

정부와 지도부의 ‘우향우’가 민심의 역풍을 부르자, 특히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안해하는 눈치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감안했을 때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일각에선 대일외교뿐 아니라 정부가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 등을 자초하면서 당의 악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지만 (하락하는) 경향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며 “분명 (여론 흐름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은 “대일외교가 장기적으로는 분명 성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69시간 근무제 논란 등을 보면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은 이번 주 호남 현장 최고위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선다. 또 ‘주69시간 논란’ 진화를 위해 MZ 노조,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설득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기현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취임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당은 어떻게든 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할 거고 청년층, 수도권 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 행보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생특위를 구체적인 성과를 만드는 특위로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포인트. 응답률은 3.2%다. 2023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을 부여했다.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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