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시선 끌기엔 성공했지만 선정성 더 부각돼 [김동진의 다른 시선]
  •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5 15:05
  • 호수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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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에 반박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 여성들 신체
사이비 종교 구조적 문제 짚지 못한 한계점 노출

사이비 종교집단 ‘JMS’를 고발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최근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동시에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자칭 메시아라는 남성 교주 정명석이 여신도들을 가스라이팅한 후 변태적인 성폭행을 일삼아온 것도 충격적인데, 여신도 성폭행으로 10년형을 받아 복역을 하고 나온 후에도 그 집단 내에서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 또 저지를 수 있었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대한민국에 사이비 종교가 JMS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성폭행 범죄자가 정명석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유독 《나는 신이다》의 JMS편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그 ‘선정성’에도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한 장면 ⓒ넷플릭스

JMS 다큐, 선정적이고 충격적이란 입소문으로 더 화제

일부 시청자는 여성의 신체 노출을 여과 없이 보여준 점과 강간 장면 재현 등을 일컬어 포르노그래피(이하 포르노)와 같다거나 선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다큐 제작자인 조성현 PD는 그렇게 보여줘야 JMS 측이 반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 중 여러 여성의 나체가 포함된 영상은 이미 과거에도 공개되었던 영상이며, 과거에 주요 부위를 가리고 방송에 내보내자 JMS 측에서는 실제로 비키니를 입고 있었던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해 나체인 것처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한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여성들의 신체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주장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목적이 사회적 이목 집중과 JMS 신도들의 탈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회적 관심 끌기에는 성공했고, JMS의 내부 분열 및 일부 탈퇴와 같은 이야기도 들린다. 넷플릭스라는 OTT를 기반으로 영상을 공개했고, 선정적이고 충격적이라는 입소문에 더 많은 시청자가 유입된 것도 한몫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다큐는 여성의 신체 노출 장면과 얼굴을 공개한 피해 여성의 증언 장면 등 강렬한 몇몇 장면에 공들인 반면,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한계점도 드러냈다. 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는가,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며 사회적인 해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등이다. 시청자들은 그저 문제를 파헤치기만 하는 이 다큐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키 크고 늘씬한 여성들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예기치 않게 접하고 깜짝 놀란 시청자들에게 이 다큐가 끝난 후에 남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이 영상은 과연 누구에게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다큐인가 질문해 봐야 한다. 

애초에 ‘선정적’이란 단어는 무슨 의미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선정(煽情)’이란 ‘정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것’으로, 또한 ‘정욕(情慾)’이란 ‘이성의 육체에 대하여 느끼는 성적 욕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우리는 성적 욕망을 느끼는 주체와 대상은 누구인가, 즉 누가 누구의 육체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늘상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TV뿐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 릴스, 틱톡 등 SNS를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더욱 좁힌 연예산업 전반에서 여성 연예인 특히 여성 아이돌은 대체로 몸매가 드러나고 신체를 노출하는 의상을 입는다. 남성 아이돌은 여성들처럼 짧은 하의를 입어 다리를 드러내지도, 어깨와 가슴을 노출하지도,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지도 않는다. 이렇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여성에게 남성과는 달리 신체를 노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여겨지게 하는 것이 아닌 성적인 존재로, 남성의 성적 욕망 대상으로 여겨지게 한다는 것의 한 사례인 셈이다.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에서 여성이 성적인 존재로 표현되는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한 음란물·성인물 등으로도 불리는 포르노는 어떤가. 포르노에서는 대개 남성이 통제하고 여성은 수동적으로 그에 따르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관계가 현실세계에서보다 훨씬 더 극대화돼 섹스 장면에서 재현된다. 또한 포르노에는 폭력성이 빈번히 드러나는데, 이때 대체로 폭력을 당하는 편은 여성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쪽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자의 혹은 타의로 포르노를 접하며 섹슈얼리티를 포르노로 배우는 사람 또한 남성이 많다. 

《포르노랜드》의 저자 게일 다인스(Gail Dines)는 이를 ‘아직 무엇이 될지 알 수조차 없는 남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포르노 제작자들에게 제물로 바치는 것’이라 표현한다. 《맨박스》의 저자 토니 포터(Tony Porter) 또한 마치 태어날 때부터 섹스를 해온 양 행동해야만 살아남았던 어린 남자아이들의 세계에 관해 말한다. 

어떤 미디어가 선정적이라고 흔히 말할 때는 섹스 장면 중에서도 여성의 신체 노출이 많은 영상을 일컫는다. 영화든 SNS든 무엇이든,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에서는 남성 신체 노출보다는 여성 신체 노출이 훨씬 더 빈번하다. 이런 세계 속에서, 이성의 신체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껴야만 하는 존재는 여성이라기보다는 남성으로 규정된다. 남성의 성욕은 극대화되며 여성의 성욕은 마치 없는 것인 양 지워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사회 속에서 규정되는 ‘선정성’이란 단어는 여성의 신체를 보고 욕망해야만 하는, 욕망하는 척이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릇된 성문화 속에서 성장한 남성들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용어라고 볼 수 있다.

 

‘선정성’이란 용어, 이제 ‘신체 노출’로 바꿔야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신체 노출 여성들은 JMS 교리에 지독하게 세뇌돼 자신들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더 취약한 존재다. 이 다큐 공개 이후로 JMS 신도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일고 있지만, 비판과 처벌 대상이 돼야 할 것은 일차적으로 교주 정명석 및 주요 조력자들이다. 대한민국에는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인권 보도 준칙(2011)’과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2012)’이 있고, 한국여성민우회에서 권고한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2012)’도 있다.

《나는 신이다》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체를 여과없이 내보내는 일을 하기 전에, 해당 다큐가 성폭력 피해자들에 관한 영상임을 인지하고 숙고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여성들의 신체를 JMS를 반박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은 더 취약한 피해자들이며 훗날 정상적 사고방식을 되찾았을 때 수치심이나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임을 고려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이제 어떤 영상에 대해 ‘선정성’을 말할 때 그 용어를 ‘신체 노출’로 바꿔 사용하면 어떨까. 누군가의 신체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는 정도는 이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사회화된 방식이 다르기에 성별에 따라 다르고, 또한 같은 성별 안에서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여성의 신체 노출 장면을 보고 남성은 성적 욕망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성은 마치 같은 여성으로서 자신이 대상화되는 것 같은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이제는 선정성의 정의를 다시 쓰거나 혹은 선정성이란 용어 자체를 해체하고 바꿔가야 할 때다.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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