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든 ‘이재명 퇴진론’, 비명계 숨죽이는 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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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지율 상승세에 ‘이재명-당 동반 위기론’ 퇴색
비명계 일각 “위기 이제 시작”…내홍 가능성은 여전

이재명은 당의 희망일까, 화근일까. 이 질문에 ‘후자’를 택했던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비명)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가 22일 ‘위례·대장동, 성남FC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비명계가 다시 한 번 ‘이재명 퇴진론’을 띄울 경우 친이재명계(친명)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는 비명계 운신의 폭이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 당시 보다 좁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다. 야권의 ‘과녁’이 윤석열 정부로 일제히 옮겨간 가운데 비명계가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적기(適期)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 후폭풍에 여론 시선 ‘李→尹’으로

비명계가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배경 중 하나가 ‘위기의 전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잡음이 당의 ‘리스크’가 돼 당의 지지율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다. 이 탓에 정부 견제와 민생 행보에 제동이 걸리니, 이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게 비명계 주장의 요지다.

이 같은 목소리는 최근까지 계속됐다. 특히 지난 9일 이 대표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측근 전아무개씨가 숨지자 비명계의 ‘퇴진 요구’는 더 격화됐다.

경기 성남시를 지역구로 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씨의 명복을 빌며 “이재명 대표가 말한 대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면 속히 밝혀야겠지만,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곧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3자 변제안’을 고리로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 대중의 시선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으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22일 온라인상 언급량을 비교할 수 있는 구글트렌드(최대 100)에 따르면, 이 대표 측근 사망 다음 날인 지난 10일 ‘이재명’ 언급량(45)은 ‘윤석열’ 언급량(13)의 3배를 상회했다. 그러나 ‘제3자 변제안’이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 지난 14일 ‘이재명’ 언급량(12)은 ‘윤석열’(15) 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한‧일 정상회담 당일(16일)에는 ‘이재명’ 언급량(10)이 ‘윤석열’(28) 절반 아래로 하락했다.

동시에 대정부 여론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누리는 모습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정례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3~17일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20일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보다 2.1%포인트 떨어진 36.8%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5%포인트 올라 60.4%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조사보다 3.8%포인트 오른 46.4%를 기록한 데 반해 국민의힘이 4.5%포인트 떨어진 37.0%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명계 일각 “李 위기 끝나지 않았어”

야권 일각에선 정부‧여당의 위기가 이 대표에겐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비명계가 주장하는 ‘이재명-당 동반위기론’이 퇴색될 수 있어서다. 이미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있는 이 대표다. ‘민심’까지 받쳐준다면 이재명 지도부가 내년 총선까지 당을 지휘할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수세적 입장’만 밝혔던 이 대표가 반격할 ‘무기’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것과 동시에 윤 정부의 ‘친일 외교’ 논란을 연일 파고드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 달기 운동’을 개시하며 “태극기를 다시 우리 손에 들고 각 가정에 게양하고 차에 붙여서, 우리나라가 결코 일본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아주 당당한 자주 독립국임을 국민들 스스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428억원 뇌물 약정설’과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의혹까지 이 대표가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이 아직 줄줄이 남은 탓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당 지지율이 오른 것은 이재명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일을 못해서 반사이익을 거둔 것 뿐”이라며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 대표가 계속 재판을 받는다면 당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도 “이 대표의 결백을 믿는 것과 ‘당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신변에 대한 거취 정리가 빨리 필요하다”며 “왜냐하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려면 준비를 해야 하고, 또 그것을 갖추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것 때문에 분열되고 의견 충돌이 있으니 이걸 수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야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의 화합을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비명계 의원으로 교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 대표직과 사무총장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당분간 이 대표의 거취를 둔 당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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